[부산/경남]천대받는 지방도록<中> '찔끔 공사' 반복

  • 입력 2004년 2월 26일 01시 22분


지방도의 확·포장이 늦어지고, ‘찔끔 공사’가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원(財源)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양여금 사업인 지방도 확·포장에는 정부 양여금과 지방비가 통상 6대 4 비율로 투입되지만 물량에 비해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올해 경남도내 국도 확·포장 사업의 경우 41개 지구에 510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1개 사업장에 평균 124억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반면 지방도는 25개 지구에 693억원이 잡혀있다. 지구당 평균 28억원에 불과하다.

그것도 15개 지구는 사업비가 20억원 미만이다.

예산 부족과 함께 선출직들의 ‘득표용 압력’도 찔끔 공사의 주범으로 지적되고 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이 생색내기 쉬운 지방도 확·포장을 공약으로 내건 뒤 예산 잘라다 쓰기에만 열을 올리기 때문이다.

자치단체 간부와 도로 관련부서 책임자에게는 “우리 지역 도로를 먼저 확·포장 해 달라”는 압력이 끊이지 않는다. 효율적인 예산 집행은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다.

경남도 도로과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간 사업비가 5억원 안팎인 구간도 적지 않았다”며 “일부 지구의 사업이 끝나면서 지구별 예산이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경남도내 지방도 공사현장은 무려 39곳이었다.

지방도 1km를 2차로로 확·포장하는데 필요한 평균 비용이 25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공사기간이 5∼10년씩 길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경남도 등 일부 자치단체는 국가가 관리하는 국도상의 교량이나 터널 건설에 수백억원의 지방비를 투입하면서 지방도는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경남도는 마산과 창원을 연결하는 국도 2호선의 마창대교 건설에 지방비 634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 교량은 민간업체가 공사를 맡고 통행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건설된다.

경남도는 국도 25호선의 안민터널 공사에도 빚을 내가며 351억원을 투입했다.

경남도는 “국도 건설에 지방비를 투입하면 공사 진척이 빠르고 통행료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로 문제를 주로 다뤄온 ‘민주도정실현 경남도민모임’ 관계자는 “국가 사업에 막대한 지방비를 투입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며 “시급한 사업이라면 정부에 적극 건의하고, 국회의원 등을 통해 정부가 의사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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