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동영상'피해 부모 유족에게 맞았나 안맞았나

  • 입력 2004년 2월 26일 14시 14분


“‘왕따 동영상’ 피해부모, 자살 교장 유족에게 폭행 당했다.”

25일 오전, 다음 등 주요 포탈사이트에는 충격적인 기사가 올라왔다.

경남 창원 B중학교 윤모 교장의 자살로 비화된 ‘왕따 동영상’피해자 아버지인 조모(50)씨가 24일 오후 윤 교장 빈소에 조문을 갔다 유족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것.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교육자 집안 맞나”(OO),“유가족들, 가시는 분 얼굴에 먹칠을 하는군요”(Jin)“두번째로 교장을 죽인 건 유족들이구먼, 그래도 잘못을 모르니”(호신) 라며 유족에게 비난을 쏟아붓고 있다.

▼관련기사▼
- ‘왕따 동영상’ 교장 영결식

하지만 일부 네티즌은“가해자 부모가 폭행을 당했다면 몰라도 피해자 부모를 폭행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어이없어).

“정말 유가족들이 그런 행동을 했다면 어처구니 없는 짓이다. 개인적으로 오보인 것 같다”(쩝쩝) 며 기사 자체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말 조모씨는 유족들에게 폭행을 당했을까.

이에 대한 당사자들의 주장은 너무도 다르다.

먼저 폭행을 당했다는 조씨가 말하는 당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24일 저녁 6시 40분쯤 경남 창원 F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빈소를 찾았다. 조문을 마친 후 유가족으로 보이는 남자 두 명이 이야기를 하자고 해 옆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사람은 내 아들이 정신질환자 아니냐는 둥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했다. 언쟁을 벌이던 중 한 사람이 마시던 맥주를 내게 쏟아 부었고 다른 한 명은 주먹으로 왼쪽 귀 부분을 때렸다. 난 그곳을 빠져 나와 동행했던 후배의 차에 올라 병원을 빠져 나가려 했다. 하지만 유족 20 여명이 차를 둘러싸고 보내주지 않았다. 일부는 차를 흔드는 등 위협을 가했다. 20여분이 지난 후 경찰이 출동했다”

하지만 유족대표가 전하는 당시 상황은 전혀 다르다.

“유족측에 당시 상황을 확인취재 하는 언론사는 동아닷컴이 처음”이라며 말문을 연 그는 “일부 언론의 왜곡 보도로 가해자로 낙인 찍힌 것이 너무 억울하다”며 조씨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조씨가 말한 두 명의 남자는 윤교장의 동생과 조카라고 밝혔다.

그는 "조씨 아들을 정신질환자라고 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조씨가 '윤교장이 엉뚱하게 자살해서 내가 더 큰 피해를 당했다'는 등 조문을 온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소리만 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또 "맥주를 쏟아 부은 게 아니라 사이다가 담긴 종이컵을 탁자에 내려 치는 순간 몇방울이 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폭행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조씨가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는 것 같더니 잠시 후 '억'하는 비명과 함께 '고막이 터졌다'며 손으로 귀부분을 부여잡았고 그 순간 밖에 있던 동행인이 방으로 들어와 '봐라, 내가 뭐랬노'라고 말하며 조씨를 데리고 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아무도 때리지 않았는데 조씨 혼자 50cm 이내의 거리에서 주먹으로 맞았다며 ‘쇼’를 했다는 것.

20여명이 차량을 막아 섰다는 부분은 “유족은 몇 명 안됐고 구경 나온 사람이 대부분 이었다”며 “조씨가 고막이 터졌다고 주장하니 경찰 입회 하에 의사의 검진을 받자고 잠시 막아선 것 뿐으로, 차를 흔들지 않았고 경찰도 유족측에서 불렀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상반된 주장에 대해 사고 현장을 방문했던 경찰관 역시 "쌍방의 주장이 너무도 달라 당시 정황만으론 폭행 여부를 판단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우여곡절끝에 그날 밤 유족측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 병원 응급실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조씨는 당직의사로부터 “외관성 전혀 이상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하지만 조씨는 25일 오전 마산 S병원에서 2주진단을 받았고 “유족측이 이번주까지 자신의 아들을 정신질환자로 매도 한 것 등에 대해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으면 다음주 초 진단서를 첨부해 유족측 두 명을 폭행혐의로 고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반면 유족측은 “일단 26일 장례를 치른 후 대응책을 모색하겠다”는 입장.

사건의 진상은 앞으로 경찰의 본격수사에 따라 가려지겠지만, 왕따 동영상과 이로 인한 한 교장의 자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서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폭행소동을 빚고 진실게임을 벌이는 것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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