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학원가 "혹시 망할지도"

  • 입력 2004년 2월 26일 18시 22분


정부의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과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교육 정상화 추진 계획’이 발표된 후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경기 불황으로 수강생이 줄어든 데다 지난해 말부터 집중단속에 이은 세무조사로 큰 타격을 입은 학원들은 ‘이러다가 망하는 것이 아니냐’는 위기의식을 느끼며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의 변화상을 주시하며 자녀 학습 전략을 짜는 데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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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사교육 시장=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하나씩 나오던 학원 매물이 최근 급격히 늘어나면서 월 임대료가 지난해 말보다 20% 가까이 떨어졌다.

본보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강남의 메이저급인 C, H학원도 단과반을 중심으로 예년 이맘 때에 비해 수강생이 30% 이상 줄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빛학원 박항배 부원장은 “서울시교육청이 오후 10시 이후 학원수업을 금지하고 학교에서 오후 10시까지 보충수업을 하면 수강생이 더 줄어들 것”이라고 걱정했다.

정부가 특수목적고의 정상운영 의지를 밝히자 특목고 전문 학원들은 바싹 긴장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P학원은 외국어고 준비반을 폐지하고 자립형사립고 진학반에 주력할 계획이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H학원 박모 기획실장은 “10개반 정도 되는 특목고 준비반이 2개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발 빠른 변신=교육방송(EBS) 강의 전문 수업을 개설하고 강의실마다 모니터를 설치하는 등 발빠르게 대응하는 학원들이 늘고 있다.

중계동 D학원 관계자는 “3월부터 학교 보충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학원에서 1, 2시간 정도 공부할 수 있게 시간표를 조정했다”면서 “학원에 컴퓨터 방을 설치하고 학생들이 공부하다 궁금한 점을 곧바로 강사에게 물어볼 수 있도록 학습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교육 업체들은 무료 강의를 대폭 신설하고 강의를 다양화해 EBS 수능 강의에 맞선다는 방침이다.

▽학부모 분위기=학생과 학부모들은 좀더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강남 학부모 김모씨(47)는 “인터넷 강의가 학생을 붙잡아 공부시키는 학원에 비해 얼마나 경쟁력이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학교가 학원 수준의 다양한 맞춤 수업을 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강남지역의 일부 특성화된 학원들은 사교육 대책이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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