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오리 등만 걸리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아서 증상을 일으키려면 염색체 구조가 바뀌는 돌연변이를 일으켜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염색체 배열 검사결과 돌연변이 흔적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 동남아의 조류독감과 달리 다른 동물이나 사람 등 매개체를 옮겨 다니며 돌연변이를 일으킨 흔적이 없었다. 이 때문에 한국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시중의 항(抗)바이러스제로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
미국 CDC는 한국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족제비 생쥐 패럿(쥐보다 큰 애완동물) 등에게 주입한 뒤 일반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한 결과 실험 동물들은 모두 완치됐다. 이 동물들은 조류독감에 걸린 동안에도 콧물을 흘리는 등 가벼운 증상만 보였을 뿐 신체에 치명적인 이상 현상이 없었다.
이에 반해 동남아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한국과 같은 ‘A/H5N1’형 바이러스이지만 발생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데다 초기에 이들 정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바이러스가 여러 차례 돌연변이를 일으켜 원형을 알아보기 힘든 상태다.
태국 라오스 베트남 등지에서는 조류독감 발생지역에 투입된 방역 인력이 맨발로 걸어다니는 등 보호 장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바이러스가 사람과 가축의 몸을 옮겨 다녔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거듭해 처음 상태와 전혀 다른 종류로 변해 일반 항바이러스제로는 치료가 되지 않으며 스위스 로슈사가 개발한 ‘타미플루’로만 치료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방역 인력이 조류독감 발생지역에 들어갈 때마다 얼굴 일부 부위만 제외하고 몸 전체를 덮는 보호장구를 사용했으며 한 번 사용된 보호장구는 소각했다. 이로 인해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체에 옮기지 않았기 때문에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질병관리본부는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인체 감염을 봉쇄하기 위해 조류독감 발생지역 인력에게 타미플루를 공급하고 있다.
김문식(金文湜) 질병관리본부장은 “한국의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생닭을 먹어도 인체에 해롭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하지만 동물끼리는 여전히 감염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인체에 침입할 경우 돌연변이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감염 동물에 대한 방역 및 유통차단 조치는 계속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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