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수 삼성 부회장 소환]‘盧캠프 0원’ 수수께끼 풀릴까

  • 입력 2004년 2월 26일 18시 46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장인 이학수(李鶴洙) 부회장이 26일 검찰에 소환됨에 따라 불법 대선자금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 부회장 소환은 특히 ‘삼성이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盧武鉉) 후보 캠프에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지’ 여부와 직결돼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노 캠프 불법자금 밝혀질까=지금까지 수사 결과 삼성은 한나라당에 채권과 현금을 합해 372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노 후보 캠프에 불법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난 것은 아직 없다. 삼성뿐 아니라 LG SK 현대자동차 롯데 등 5대 그룹에 속하는 나머지 기업들의 경우도 한나라당에는 총 732억원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진 반면 노 후보 캠프에 전달된 불법 자금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검찰 수사팀 내부에는 ‘이대로 수사를 끝낼 경우 대다수 국민들이 결과에 수긍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노 후보 캠프에 제공된 5대 그룹의 불법 자금을 조금이라도 밝혀내야 한다’는 절박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검찰이 다음달 6일까지 대선자금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며 일정을 제시한 상황에서 대기업들의 ‘막판 버티기’와 ‘눈치 보기’가 강도를 더하고 있어 마음이 급한 검찰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 부회장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선배다. 이 때문에 노 후보 캠프에 삼성의 불법 대선자금이 전달됐다면 이 부회장을 통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재계의 관측.

이와 관련해 안대희(安大熙)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25일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4대 그룹에서 노 후보 캠프로 간 불법 대선자금과 관련된 수사를 많이 하고 있다. 조금이나마 성과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

검찰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노 후보 캠프에 제공된 삼성 불법 자금의 단서를 검찰이 포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검찰은 이에 대해 확인해 주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강하게 부인하지도 않았다.

▽사법처리 수위는=다른 한편에서는 삼성이 노 후보 캠프에 대한 불법 자금 지원 내용을 일부 자백하는 대신 검찰은 이 부회장만 구속하는 선에서 삼성 임원에 대한 사법처리를 최소화하는 이른바 ‘빅딜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삼성이 수사에 일부 협조한 점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한다는 명분 등이 고려된 조치일 수 있다.

이럴 경우 재계 1위인 삼성이 다른 그룹을 사법처리하는 일종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LG SK 현대차 롯데 등 다른 재벌들의 진술 태도 및 사법처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 검찰이 재벌 총수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수사팀은 고심 중이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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