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평준화 제도 아래에서 학교 배정에 반발해 학부모들이 제기한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유사한 소송이 잇따르는 등 교육계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학부모들은 가처분신청과 함께 학교 배정행위 취소 본안소송도 제기한 상태여서 이번 가처분신청 결과는 본안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법 행정1부(재판장 이종석·李悰錫 부장판사)는 26일 안양 충훈고 학부모 166명이 경기도교육감을 상대로 낸 학교배정 효력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사건을 “이유 있다”며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 이유에서 “이 학교의 교육시설은 헌법과 법령이 요구하는 최소한에도 미달돼 이런 곳에서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학교는 교실과 운동장만 사용이 가능하고 교과동, 특별동의 잔여 공사가 적어도 두 달 이상 계속돼야 하는 상태”라며 “이 학교에 입학하게 하는 경우 학생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보여 효력을 정지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재판부는 “사립학교에 대해서는 개교 6개월 전에 법령에 적합한 시설을 갖추도록 요구하면서도 공립학교에 대해서는 이 같은 명문규정이 없다”며 공립학교도 이에 상응하는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충훈고 미등록 학생들은 경기도교육청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입학 취소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게 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번 결정에 따라 미등록 학생들에 대해 학교 재배정을 하든지,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다른 학생과 형평성에 맞고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민병권 학부모대책위원장(48)은 “법원의 결정은 당연한 것으로 크게 환영한다”며 “법원 결정이 난 만큼 교육청은 학부모들이 요구해온 학교 재배정 또는 등록 후 전학을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은 배정절차상의 오류가 아닌 학교공사 미비와 원거리 통학 문제 등을 이유로 제기된 가처분이 받아들여진 점에 대해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고교평준화정책의 근간을 흔들 만큼 파장이 크다”며 “평준화 유지를 위해 항고하겠으며 학교 재배정이나 등록 후 전학조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충훈고 학부모들은 학교 공사도 끝나지 않은 먼거리의 학교에 학생들을 배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20일 수원지법에 가처분신청과 함께 배정행위 취소 본안소송을 제기했다.
다음달 3일 개교 예정인 충훈고(정원 554명)에는 26일까지 학생 148명이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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