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직종으로 떠오른 텔레마케터=지난해 산업인력공단 산하 중앙고용정보원이 조사한 유망직업 33개 가운데 텔레마케터가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제품 관련 정보가 쏟아지고 기술혁신과 시장 개방으로 경쟁이 격화되면서 기업은 구매자를 직접 찾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있다. 또 각종 민간단체들이 증가하면서 후원자 개발 및 조사 연구업무가 늘어나고 있다.
이 같은 홍보와 판매촉진, 조사업무를 전화라는 저렴한 수단을 통해서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는 텔레마케터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채용정보 사이트인 파인드잡(www.findjob.co.kr) 정재윤 이사는 “텔레마케터는 업무 특성상 몸이 불편한 장애인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일을 하나=텔레마케터는 전화를 이용해 구매자에게 직접 상품과 서비스의 홍보, 판매촉진, 상담업무를 수행한다. 정당 등 각종 단체의 후원자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 고충처리, 조사 활동 등도 한다.
업무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가 전화나 컴퓨터를 통해 문의해 오면 주문을 받는 수동적 방식으로 홈쇼핑 업체에서 주로 사용된다.
반대로 텔레마케터가 잠재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제품을 판매하거나 여론조사 등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적극적인 영업이 필요한 보험사와 카드사 등이 주로 이용한다.텔레마케터는 전화를 통한 몇 분간의 짧은 대화로 고객에게 상품정보를 제공하고 판매가 가능한지를 판단한다. 판매에 관한 통화가 끝나면 통화내용을 최종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의 여지를 미리 방지해야 한다.
또 통화 내용을 잘 정리해 고객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어 컴퓨터에 입력한다. 입력된 정보는 신규고객 유치와 기존고객 관리로 구분돼 사용된다.
텔레마케터는 상품판매 이외에 고객의 불만접수와 상담, 기업의 시장조사와 선거관련 홍보에 참여하기도 한다. 상대하는 고객이 하루 100명 이상일 때도 있어 정신적인 긴장감이 큰 편이다.
▽능력 위주의 보상=콜센터가 체계적으로 갖춰진 회사에서는 6∼10명의 텔레마케터가 한 조를 이뤄 근무한다. 입사 1년 정도 되면 업무실적에 따라 조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조장으로 1년 이상 근무하면서 실력을 인정받으면 5, 6개 조를 관리하는 팀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
초임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주5일 근무기준으로 기본급은 월 70만∼80만원, 2년 이상 경력자는 월 120만∼150만원 수준이다.
텔레마케터는 기본급보다 실적에 따른 성과급의 몫이 더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개인별 급여는 능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최상 수준이면 연봉이 1억원 이상이지만 실적이 미진하면 월 100만원도 안되는 경우도 많다.
정규직원으로 채용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선거철 또는 시장조사 때 필요한 인원을 임시직으로 고용하기도 한다.
▽텔레마케터가 되려면=지금은 여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남성의 참여도 늘고 있다. 극심한 취업난이 주된 원인이지만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직업적 매력도 한 요인이다.
기혼 여부와 상관없이 고졸 이상의 학력을 지닌 25∼40세 여성이면 가능하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전문대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20대 미혼 여성의 지원이 증가하는 추세다. 업무 특성상 여성의 섬세함과 상냥함, 언어의 논리성이 중요시 돼 현업 종사자의 99%가 여성이다.
파인드잡 정재윤 이사는 “무엇보다 자신이 일하는 회사와 상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이는 최고의 제품을 고객에게 판다는 당당함과 자신감으로 표출된다”고 말했다.
또 얼굴을 보지 않고 진행되기 때문에 고객의 입장을 배려하고 바쁠 때 통화해도 기분이 상하지 않을 만큼의 예의를 갖춰야 한다. 이 밖에 강한 인내심과 친근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정규직원이 되기 위해서는 텔레마케팅 의존도가 높은 보험사와 홈쇼핑업체의 공채를 이용하면 된다.
일반직 사원과 마찬가지로 서류전형과 면접을 치르는데 직업상 전화면접도 실시한다. 통화시 음성의 친근함과 발음의 명확성, 대화 전개의 논리성 등을 평가하기 위한 것.
이 밖에 텔레마케터 교육 전문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후 파견 형식으로 근무하는 방법도 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연봉 7000만원대 동양생명 콜센터 김민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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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코드’를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동양생명 콜센터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하는 김민이씨(33·사진)는 지난해 7000만원을 약간 웃도는 수입을 얻었다. 실적이 좋을 때는 보너스와 봉급을 합쳐 월 950만원을 벌어들인 적도 있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텔레마케터 150여명 가운데 5위 정도 수준이다. ‘톱 3’의 경우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한다.
“차분한 사람에게 흥분한 목소리로 설명하거나 활동적인 사람에게 지나치게 나지막하게 설명하는 것은 잘 ‘먹히지’ 않죠. 고객의 성격을 빨리 파악해 이에 맞게 응대하는 것이 가장 큰 노하우입니다.”
김씨가 축적한 고객 파일은 공책 여섯 권 분량.
2001년 11월 동양생명에 입사한 그는 처음에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루평균 70∼100통의 전화를 하며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마음고생이 많았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는데 노골적으로 짜증을 내거나 아무 말 없이 끊기도 하고….”
하지만 ‘나도 그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를 극복했다.
“텔레마케터는 1년을 고비로 살아남을지, 도태될지가 결정돼요. 아무래도 활발하고 사소한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적당하죠.”
그는 동양생명 입사 이전 유아용 서적 영업사원으로 일했다.
“어린이용 책을 팔려면 거리에 나가거나 집집마다 돌아다녀야 했어요. 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 육아와 병행하기가 쉽지 않았죠. 그에 비하면 이 일은 출퇴근 시간이 정확하고 열심히 일한 만큼 대가를 얻기 때문에 훨씬 보람차죠.”
뛰어난 실적을 거두는 또 하나의 노하우는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얼마나 진심을 잘 표현하는지가 중요하죠. ‘넌 나의 먹잇감’이라는 식으로 가입을 권유하는 데만 급급하면 오히려 거부반응을 보이기 마련입니다. 어떤 고민이 있는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차분히 상담하면 계속 관계가 유지되더라고요.”
그는 “텔레마케터로 일하는 주부는 웬만한 샐러리맨 남편의 갑절을 벌기 때문에 가정 내 위치가 대체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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