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묘지 장군 봉분 합법화 논란…네티즌 묘역차별 비난

  • 입력 2004년 2월 26일 19시 04분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제1장군묘역의 봉분(왼쪽)과 영관급 이하 장교와 사병이 묻히는 묘역의 평분들이 대조를 보인다. 장군에겐 묘지에서조차 특혜를 주려는 국방부의 발상에 여론의 비판이 높다.   -연합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 제1장군묘역의 봉분(왼쪽)과 영관급 이하 장교와 사병이 묻히는 묘역의 평분들이 대조를 보인다. 장군에겐 묘지에서조차 특혜를 주려는 국방부의 발상에 여론의 비판이 높다. -연합
국방부가 그동안 위법으로 국립묘지의 장군 묘지에 봉분(封墳)을 허용해온 데 이어 최근 이를 합법화하는 국립묘지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해 시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6일 법제처에 따르면 국방부는 국립묘지 내 봉분 허용대상자를 국가유공자, 애국지사, 장관급 장교(장군)로 확대하는 내용의 국립묘지령 개정안을 4일 입법예고했다.

현행 국립묘지령 7조2항은 국립묘지 내 묘는 모두 평장(평평하게 만든 묘)으로 하되, 국가원수의 경우만 유족의 희망에 따라 봉분을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국방부의 개정안에 따르면 대령급 이하 군인들은 무공훈장을 받더라도 화장돼 3.3m²(1평)의 평장 묘역에 묻히지만, 장군들은 애국지사와 같은 26.4m²(8평) 넓이의 묘역에 매장되고, 봉분까지 가능해진다.

현재 서울 동작동과 대전 국립묘지의 안장능력은 13만968위로, 이 중 장군 등이 매장되는 8평짜리 묘는 전체 묘의 4.0%인 5332위에 불과하지만 면적으로는 전체 묘역의 29.3%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국방부와 국립현충원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는 국방부가 장군들에게 매장과 봉분을 허용하는 것을 비판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의 경우 장군에서 병사까지 1인당 묘지 면적이 1.36평으로 모두 같고 봉분도 없다”며 “지금이 어느 때인데 5공화국부터 시작된 묘역 차별 정책을 고집하느냐”고 꼬집었다.

다른 네티즌은 배우자의 합장을 가능케 한 국립묘지령 3조에 따라 장군 부인들이 화장되지 않고 봉분 묘에 묻힌 것을 비판하며 “남극기지 사고로 사망한 전재규 대원도 국립묘지에 묻히지 못했는데 단순히 장군과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국립묘지에 묻히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비판에 국방부 관계자는 “관행적으로 장군들의 묘지 봉분이 허용돼왔기 때문에 이를 아예 입법화하자는 의도”라며 “개정안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여론을 들어보기 위해 입법예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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