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친구 위해 같은 대학 입학

  • 입력 2004년 2월 29일 14시 27분


'오성과 한음보다 진한 우정.'

양팔이 없는 장애인 친구를 도와 고교시절 팔 노릇을 대신한 친구가 다시 같은 대학에 입학해 친구 돕기에 나서 각박한 세태에 귀감이 되고 있다.

주인공은 올해 인하대 나노시스템공학부에 입학하는 최홍준군(19).

최군은 서울 마포고등학교 시절 두 팔이 없어 남의 도움 없이는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려운 친구 김영태군(19·인하대 컴퓨터공학부 입학 예정)을 헌신적으로 돌봤다.

6살 때 감전 사고를 당해 양팔을 잃은 뒤 김 군은 남의 도움이 없으면 정상적인 생활이 힘들다.

최군은 이런 친구를 위해 양팔이 되어줬다.

아침에 친구 영태 집에 들러 책가방을 들어주고 학습준비물까지 꼼꼼히 챙겨 주는 등 친구를 위해 헌신했다.

수업시간에는 노트 필기를 대신해 주고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대신 먹어줬다. 화장실에 갈 때도 곁을 지켜줬다.

이들은 고 3학년 때 "같은 대학에 입학했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서로에게 밝힌 뒤 목표를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인하대 수시모집에 나란히 합격하면서 다시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최군은 "우리의 우정은 어떤 고난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며 "영태가 무사히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작은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발가락으로 컴퓨터를 하는 김 군은 1분에 400타를 치며 워드프로세서 1급과 정리처리기능사 자격증 등을 따는 등 일반인도 하기 어려운 일을 거뜬히 해 내고 있다.

김군은 "대학 때 동아리 활동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 것으로 정해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은 2일 오후 11시 인하대에서 입학식을 갖는다.

홍승용(洪承湧)인하대 총장은 "두 학생의 우정은 사회에 귀감이 될 참다운 우정"이라며 "학습에 지장이 없도록 대학이 최대한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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