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내기 술 먹이는 대학 언제까지

  • 입력 2004년 2월 29일 18시 20분


올해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갔다가 과음으로 숙소에서 실족해 중상을 입는 불상사가 잇따라 발생했다. 새 학기가 되면 대학가는 술 취한 신입생들의 객기와 일탈이 넘쳐나고 부모들은 계열과 동아리, 출신고 동문회별로 밤마다 이어지는 술자리에 참석하고 인사불성으로 귀가하는 자녀들을 기다리느라 밤을 지새우기 일쑤다.

물론 다른 나라 대학에도 술을 매개로 한 ‘통과의례’가 있다. 그러나 최근 한국 대학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새내기 술 권하기’는 지나치게 강압적이고 과도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체질과 남녀를 가리지 않는 ‘강권 음주’로 해마다 죽거나 다치는 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주류업체들이 미래의 주당에 대한 ‘입맛 선점’을 목표로 신학기 판촉 활동을 통해 대학생들의 음주를 부추기고 있다니 이 또한 한심한 일이다.

새내기들이 대학 입학 후 지성의 세례에 앞서 과도한 술 세례를 받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술로 맺어진 관계는 술이 깨는 것과 동시에 사라져 버리고 과음과 허송세월로 지내기에는 대학 4년이 너무나 짧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건전 음주문화에 대한 대학의 다채로운 교육과 캠페인이 필요하다. 사실상의 첫 공식적 술자리인 대학 새내기 시절의 술버릇은 평생의 음주문화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선배는 술보다는 실력과 교양 및 풍부한 인생 경험으로 후배들을 리드해야 하며 새내기들 또한 강권에 의한 술잔은 단호히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 진정한 대학생활의 첫 걸음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