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 나온 납치극 흉내 협박전화" 13세 소년이 유치원생 유괴

  • 입력 2004년 2월 29일 18시 20분


PC방에서 알게 된 친구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데 앙심을 품고 그의 동생인 유치원생을 납치한 뒤 부모에게 금품을 요구한 10대 소년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북 칠곡경찰서는 유치원생을 납치한 뒤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1000만원을 요구한 혐의로 29일 김모군(13·A중학교 입학 예정)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달 28일 오후 5시경 경북 칠곡군 왜관읍 B전자오락실에서 평소 안면이 있던 손모군(7·유치원생)을 유인해 납치한 뒤 손군의 아버지(53)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아침까지 돈 1000만원을 준비하라”고 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군은 납치한 손군을 자신이 머물고 있는 친구 최모군(13·대구 동구 율하동)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가 범행 6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김군은 경찰에서 “PC방에서 만나 알게 된 손군의 형(13)이 일주일 전에 ‘맛있는 것을 사 줄 테니 놀러오라’고 말해 대구에서 왜관까지 갔으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전자오락실에서 손군을 데리고 나왔다가 TV에 방영된 납치극이 떠올라 협박전화를 했다”고 진술했다.

김군은 오래전부터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데다 1년 전에 아버지까지 가출해 왜관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아왔으나 지난해 11월 할머니가 지병으로 숨진 이후 친구의 집 등을 전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군이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인 점을 감안해 조사를 마친 뒤 2일경 법원 소년부로 송치할 예정이다.

칠곡=최성진기자 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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