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고현철·高鉉哲 대법관)는 전직 검사 조모씨(42)가 문화방송(MBC)과 이 방송 이모 기자(35)를 상대로 “편파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낸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검사였던 원고가 중복기소 여부를 확인하러 온 기자에게 ‘사소한 실수에 불과하다’고 되풀이하며 ‘기자가 무슨 사실을 확인하느냐, 당신이 수사관이냐’고 답변해 기자로서는 정확한 사실 확인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기자의 방송보도로 명예가 훼손된 점은 인정되지만 취재과정상 기자가 방송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상당하고, 공직자에 대한 언론의 감시기능에 비춰 허용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고 밝혔다.
조 전 검사는 1998년 재직 당시 박모씨가 조모씨를 사기죄로 경찰과 검찰 양쪽에 모두 고소한 사건을 맡았다가 조씨가 이미 처벌받은 사실을 모른 채 다시 기소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두 번 재판정에 서게 된 조씨는 MBC에 이 같은 내용을 제보하면서 “‘이미 재판 받은 판결문이 있다’고까지 말했지만 검사가 믿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후 조 전 검사는 자신을 찾아온 이 기자에게 40여분간 해명을 하면서도 “사소한 실수에 불과하다”는 말을 되풀이했고,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자 이 기자는 ‘한심한 검찰’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조 전 검사의 반론 내용과 함께 9시 뉴스에 내보냈다.
재판부는 “언론의 감시와 비판 기능은 악의적이거나 상당성을 현저히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이 기자가 확인을 소홀히 해 당시 조 검사의 명예가 훼손했다며 각각 1억원과 6000만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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