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주택가에서 안전장치 없이 가짜 휘발유를 만드는 일이 늘면서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호황 누리는 가짜 휘발유 제조=경북경찰청은 지난달 28일 김천시 어모면에 공장을 차려놓고 솔벤트와 메탄올 등을 일정 비율로 섞은 가짜 휘발유 8만L(5600만원 상당)를 제조해 부산 경남 등지에 판매한 혐의로 방모씨(29) 등 6명을 구속했다.
또 전북 군산경찰서는 지난달 29일 가짜 휘발유를 제조 판매한 혐의로 정모씨(45) 등 2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유사 휘발유인 LP파워의 제조 허가권을 가졌다고 속이고 판매점 10여곳을 모집한 뒤 가짜 휘발유 수십억원어치를 판 혐의를 받고 있다.
대구경찰청은 최근 몇 달 사이 가짜 휘발유를 제조 판매한 580여명을, 경남경찰청은 600여명을 검거했다.
▽잇따른 화재 발생=지난달 29일 대구 남구 대명동 한 주민(50)이 동네 페인트가게 앞에서 가짜 휘발유를 제조하다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주민은 다리에 화상을 입었으며 부근에 주차된 승용차 1대가 불탔다.
경찰은 김씨가 가짜 휘발유를 만들기 위해 시너를 플라스틱 통에 붓던 중 옆에 있던 전기모터에서 불씨가 튀어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경북 포항시 북구 죽도동의 한 주차장에 설치된 가짜 휘발유 보관 컨테이너에서 불이 나 주차된 차량을 태우고 주차장 종업원 이모씨(20)가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지난달 7일 인천 남구 도화동 화물차 터미널과 1월 초 충북 청주시 서운동 자동차 광택업소에서 발생한 화재도 가짜 휘발유를 제조하다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민 정모씨(43)는 “안전장치도 없이 가짜 휘발유가 집 옆에 쌓여 있는 게 말이 되느냐”며 어이없어 했다.
▽어정쩡한 단속=지방자치단체들은 가짜 휘발유 불법 판매로 석유유통시장이 혼란상태에 빠진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은밀하게 거래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공무원들은 사법권이 없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들은 “경제가 어려운 데다 총선을 앞두고 있어 행정기관도 적극적인 단속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짜 휘발유가 자동차에 어떻게 나쁜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도 가짜의 유통을 부추기고 있다. 가짜 휘발유를 제조 판매하더라도 석유사업법이나 대기환경법 위반으로 단속돼 벌금 몇십만원만 물면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다.
정유업계는 현재 가짜 휘발유 유통규모가 800만배럴에 달해 우리나라 전체 휘발유 소비량의 1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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