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열고 못달릴 코리아 '악취 관문'…인천공항~서울 고속道

  • 입력 2004년 3월 2일 18시 38분


지난해부터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들어와 있는 미국인 대미 킴(24)은 지난달 20일 한국에 놀러 온 고향친구를 마중하러 인천국제공항에 나갔다가 자존심이 푹 상했다. 친구가 “이렇게 냄새가 고약한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면박을 줬기 때문.

사실 킴씨 역시 지난해 2월 한국에 처음 입국했을 때 비슷한 경험을 했다. 킴씨는 “한국에 대해 인상이 좋았는데 처음 공항에서 내려 서울로 오다가 이상한 악취 때문에 얼굴이 찌푸려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과 서울을 잇는 전용고속도로가 몇 년째 역겨운 냄새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외국인과 일반시민들에게 불쾌함을 안겨주고 있으며, 특히 외국인들에게 한국에 대한 나쁜 첫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악취의 진원지는 김포쓰레기매립지와 인천서부산업단지의 산업폐기물소각장 등 인근에 산재해 있는 쓰레기매립지.

▽실태=지난달 25일 오전 인천공항고속도로 북인천나들목 톨게이트 부근.

시원스레 새로 뚫린 고속도로를 차들이 미끄러지면서 지나갔다. 그러나 도로 주변의 시골 경치들이 보기에도 좋고 날씨도 푸근했지만, 창문을 열어 놓은 차량들이 없었다.

톨게이트에서 일하는 A씨(여)는 “흐린 날엔 독한 방귀 냄새처럼 변해 화장실에 앉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람이 불면 톨게이트에서 영종대교 직전까지 도로 전역(15.8km)에 악취가 퍼진다. 한 공항순찰대원은 “어떨 땐 차 창문을 닫아도 냄새가 난다”면서 “이게 무슨 냄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차마 뭐라고 말해줄 수가 없다”며 답답해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홍기창(洪基昌) 환경관리팀장은 “인터넷 게시판에도 이용객들의 불만이 줄기차게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포쓰레기매립지를 담당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매립관리팀 박정현 대리(37)는 “쓰레기매립지는 노력을 많이 해 이전보다는 냄새가 많이 줄었다”며 “인천서부산업단지의 산업폐기물 소각장도 냄새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대책은 없나=사실 악취 문제는 고속도로가 생기기 전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인근 여러 곳의 쓰레기매립지와 소각장, 적환장(쓰레기를 임시로 쌓아두는 곳) 등이 있어 도로 건설의 여건이 좋지 않았다.

인천시 관계자는 “당시 정부가 인천공항 개통을 서두르는 바람에 도로환경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뤄지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공항 이용객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자 인천시와 환경청, 인천공항공사 등 관계 기관들은 최근에야 ‘공항고속도로 주변지역 환경 개선을 위한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상태.

한 회의 참석자는 “쓰레기매립지 등에 냄새제거제를 뿌리거나, 환경토로 쓰레기를 덮는 등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그것도 2010년은 돼야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양대 이연택(李連澤·관광학) 교수는 “국가의 관문인 국제공항이 종합적인 관리체계 없이 만들어졌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라며 “후진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로 한국의 이미지 자체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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