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축구장 넓이의 대합실로 올라가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승강장으로 향했다. 객차 한량의 길이는 새마을호(23.5.m)보다 약 5m 짧은 18.7m. 일반 열차에는 1량에 바퀴 8개가 달려 있으나 고속열차에는 4개밖에 없었다. 바퀴와 선로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것.
전동차를 포함해 모두 20량이 연결된 고속열차의 전체 길이는 388m. 일반 열차와 달리 옆면이 유리처럼 매끈했다.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열차는 광명역을 지나자 본격적으로 속도를 높였다. 7분여 뒤 유리창을 타고 내리던 해바라기씨만한 빗물들이 일그러진 깨알 크기로 바뀌었다. 먼 산도 오래 감상할 수 없었다.
“승객 여러분, 시속 300km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고속철도 구간인 서대전역까지 50여분간 열차 속은 고요했다. 탁자 위에 놓인 생수는 흔들리지 않았다. 좌석 간격은 일본 신칸센(新幹線)보다 1cm 좁은 93cm. 다리를 꼬면 한쪽 다리가 통로로 삐져나갔다. 등받이도 10여cm밖에 젖혀지지 않았다. 고속열차는 서대전역부터 목포역까지 2시간 동안 기존 선로를 시속 150km 정도로 달렸다. 목포역까지 셀 수 없이 기지개를 켤 만큼 피곤했다.
서울로 다시 올라오는 고속열차를 탈 때 시승객들은 좌석을 서로 차지하려고 잠시 소란을 피웠다.
전체 일반석의 50%가량은 열차 진행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고정돼 있다. 승객들은 열차 진행 방향 좌석에 앉으려고 했다. 한 주부는 “멋모르고 진행 방향과 반대로 앉았다가 어지러워 혼났다”고 말했다.
“수익성을 위해 좌석을 고정식으로 많이 배치했지만 의자가 인체공학적으로 디자인돼 있는데다 탑승 시간이 짧아 승객이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철도청측의 설명. 하지만 3시간 동안 앉아 있기에는 불편했다.
고속철도는 시간을 다투는 사람들에겐 편리한 교통수단이었지만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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