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58년만에 '기혼자 신입생' 탄생

  • 입력 2004년 3월 3일 15시 37분


지난해 학칙에서 금혼 조항이 폐지된 이화여대에 58년 만에 처음으로 기혼 입학생이 탄생했다.

이화여대는 3일 "입학 기록부에 혼인 여부를 기재돼 있지 않아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지만 일단 두 명의 기혼자가 올해 이화여대에 입학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04학번'으로 입학한 초등교육과 기성화씨(29)와 약학부 전영미씨(32).

10개월 된 딸의 엄마이기도 한 기씨는 2002년 직장생활을 그만둔 뒤 지난해부터 입시학원에 등록, 임신한 몸으로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수험 생활 중 딸아이를 출산하는 등 어려움도 많았지만 어릴 적 소망이었던 초등학교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초등교육과에 입학했다.

전씨는 의류업체 디자이너를 그만두고 다른 직업을 찾기 위해 다시 공부에 도전했다. 지난해 5월 결혼식을 올렸지만 공부 때문에 신혼여행까지 미루는 의지를 보였고 결국 올해 약학부에 입학해 꿈을 이루게 됐다.

이화여대는 1946년부터 이어오던 금혼학칙을 깨고 지난해 2월 신입생의 입학 요건으로 미혼을 규정한 학칙 제14조와 재학 중 혼인을 금한 학칙 제28조의 관련 조항을 개정했다. 올해 입학한 기혼자들이 금혼학칙 폐지의 첫 수혜자인 셈이다.

이들은 모두 "그동안 결혼했다는 이유로 공부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금혼학칙 폐지는 시대의 요구"라며 향학의 의지를 밝혔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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