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2년 전 발생했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2002년 4월 15일 한 학생이 단짝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에 분노해 수업 도중 교실에서 동료 학생에게 흉기를 휘둘렀던 것. 이 사건은 당시 사회적으로도 큰 충격을 줬다.
그로부터 2년 후 이 학교는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왕따 없는 학교’로 거듭났다.
임 실장은 “사건 당시 주변 학생들이 받은 충격이 매우 컸다”며 “당시 학교에서 심각성을 인식하고 집중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이 오늘날 왕따 없는 학교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는 사실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노력과 동참으로 시작됐다.
우선 전문가와 연계해 매주 1회씩 반별로 ‘또-따 NO!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라는 제목의 ‘또래 따돌림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학생들은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역할극, 공익광고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왕따의 폐해를 인식하고 대처 방안을 배웠다.
그 결과 ‘힘없고 약한 친구에게는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반응하던 상당수의 학생들이 생각을 바꾸는 등 따돌림에 대한 인식 변화를 가져왔다.
또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학교폭력 발생 예방을 위한 인식개선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아름다운 미소로 남을 편안하게 해주는 선생님과 학생을 선발해 선물을 주는 등 각종 캠페인을 통해 상대를 사랑하고 칭찬하는 것의 중요성을 익히는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또 장애체험 등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히도록 했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은 학생 개개인에 대한 선생님들의 관심과 정성. 담임들은 새학기마다 ‘요(要)보호 학생’을 선정해 기록카드를 만들고 의견을 나눴다. 소위 ‘문제아 리스트’를 만든 것이 아니라 학생의 상태에 따라 보다 관심을 쏟아야 할 분야를 설정해 둔 것.
한 교사의 리스트에는 ‘진욱(가명)이는 군것질을 하러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든가 ‘화를 잘 내므로 분노 조절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등 세세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리스트는 학생의 변화 상태와 함께 매년 업그레이드됐다.
소위 ‘문제 학생’들과 함께 여름방학 때 농촌봉사활동을 떠나 이들의 남다른 장점을 찾아 주기도 했다.
학교의 변화를 주도한 박성철(朴聖喆·57) 교감은 “망아지처럼 날뛰던 학생들이 상대의 입장을 이해해 가는 것을 볼 때 가장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는 “입학 당시 ‘죽고 싶다’며 우울한 모습을 보이던 내성적인 학생이 밝은 성격으로 변해 무사히 고교에 진학했을 때 선생님들 모두가 함께 기뻐했다”면서 “아이들은 항상 변할 수 있으므로 도와주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안천중 학생들의 따돌림에 대한 인식정도 | 문 항 | 사전평균 | 사후평균 | 변화정도 |
힘없고 약한 친구에게는 호감이 가지 않는다 | 60.0 | 42.1 | -17.9 |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 43.8 | 38.5 | -5.3 |
누군가 놀림을 당하는 것은 재미있다 | 63.1 | 59.2 | -3.9 |
이유 없이 따돌림을 당하는 친구를 보면 화가 난다 | 55.0 | 56.5 | +1.5 |
따돌림을 당한 친구는 도와줘야 한다 | 59.2 | 61.2 | +2.0 |
우리 반 친구들은 서로 화목하다 | 61.5 | 63.5 | +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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