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부동산 투자자는 요즘 집에 있을 때마다 거의 매일 이런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어느 마을에 있는 어떤 물건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않는다. 땅값도 말 안 한다. 그저 일단 사무실에서 만나 얘기하자고만 한다.”
토지투자 열기는 한 풀 꺾이고 있으나 토지 사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텔레마케팅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기획부동산’ 가운데 상당수는 이런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꾀어 쓸모없는 땅을 자기들이 산 값의 2∼3배 가격에 팔아치운다.
서울 강남의 화려한 사무실에서 근사한 개발계획도를 보여주며 투자자금을 끌어들인 뒤 개발은커녕 며칠 만에 줄행랑을 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진명기 JMK컨설팅 대표는 “정부가 지난달 23일 ‘불법 부동산 텔레마케팅을 대대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밝힌 뒤 잠시 움츠러드는 듯 했던 기획부동산들이 최근 ‘마지막 한탕’을 꿈꾸며 부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사설 부동산컨설팅업체들이 내놓는 ‘부동산 사설펀드’(투자조합)에 대한 투자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사설펀드들은 노골적인 사기행각을 하진 않지만 최근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위약금을 물고 매매계약을 깨야 할 처지에 몰려 있다.
한 사설펀드업체 대표는 “전국적으로 100여개에 달하는 사설펀드 가운데 상당수가 최근 토지투자 열기가 시들해지자 목표 금액을 채우지 못하고 해산 위기에 몰려있다”고 귀띔했다. 사설펀드 형태로 여러 명이 공동지분으로 구입한 땅을 팔려고 할 때 일부 투자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오랫동안 투자자금이 묶이기도 한다.
임달호 현도컨설팅 대표는 “특히 자연녹지나 절대농지처럼 필지를 나눠 팔기가 어려운 땅의 경우 수년 동안 투자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초기에 투자한 사람들이 손 털고 빠져나오는 경우가 늘면서 뒤늦게 뛰어든 투자자가 ‘매물받이’가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외지인이 위장전입을 하거나 현지인 명의를 빌려 사놓은 땅을 사들이는 경우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자기 땅이라고 우겨 계약 체결이 어려워지거나 자칫 국세청 조사를 받는 등의 불편이 따를 수 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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