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경제는 ‘고통지수’順이 아니다

  • 입력 2004년 3월 3일 21시 22분


“관료주의를 버리세요. 기업과 시민에게 자세를 낮추고 견문을 넓혀야 합니다.”

2일 오전 대구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월례 직원조례시간. 강사로 초청된 정태일(鄭台一) 대구경북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500여명의 직원들에게 “대구가 기업하기 좋은 지역이 되려면 공무원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과 함께 정 이사장의 ‘쓴 소리’를 듣던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은 “공무원들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줘 유익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이재규 대구대총장이 기업가 정신과 경영마인드를 주제로 공무원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대구시는 이 같은 조례를 매달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2일 같은 시간대에 경북도청 강당에서 열린 월례조례는 대구시와 매우 달랐다.

강당을 가득 메운 직원들을 향해 이의근(李義根) 경북지사는 올 핵심과제인 ‘경제제일 도정(道政)’을 언급하면서 “경북 경제가 잘되고 있다”며 자랑했다.

이 지사가 근거로 든 것은 최근 한 경제연구단체가 발표한 ‘광역자치단체별 경제고통지수’. 어음부도율과 실업률 등을 기준으로 지역별 경제상태를 보여주는 ‘고통지수’에서 경북이 ‘-5.3’으로 1등을 했다고 말했다.

그것도 3년 연속 고통지수가 가장 낮았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경제고통지수가 가장 낮다는 것이 좋아할 일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지수는 부산과 대구 등 광역시가 늘 높다. 실업과 어음부도가 많지만 그만큼 경제가 역동적이라는 점도 동시에 보여준다.

경북의 경제고통지수가 몇 년째 가장 낮다는 것은 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경제활동이 정체된 곳이라는 의미도 되는 것이다. 경북지역 농어민들은 실업자는 아니지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등 환경변화에 직면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은 고통지수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 같은 사정을 외면한 채 경북도는 지역경제가 최고라고 자부하며, ‘직원 칭찬운동’ 등을 펴고 있다. 도청 직원들 사이에는 “이 지사가 10년 가까이 도정을 맡으면서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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