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대구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월례 직원조례시간. 강사로 초청된 정태일(鄭台一) 대구경북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500여명의 직원들에게 “대구가 기업하기 좋은 지역이 되려면 공무원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원들과 함께 정 이사장의 ‘쓴 소리’를 듣던 조해녕(曺海寧) 대구시장은 “공무원들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짚어줘 유익했다”고 말했다.
지난달에는 이재규 대구대총장이 기업가 정신과 경영마인드를 주제로 공무원들의 변화를 촉구했다. 대구시는 이 같은 조례를 매달 마련할 계획이다.
그러나 2일 같은 시간대에 경북도청 강당에서 열린 월례조례는 대구시와 매우 달랐다.
강당을 가득 메운 직원들을 향해 이의근(李義根) 경북지사는 올 핵심과제인 ‘경제제일 도정(道政)’을 언급하면서 “경북 경제가 잘되고 있다”며 자랑했다.
이 지사가 근거로 든 것은 최근 한 경제연구단체가 발표한 ‘광역자치단체별 경제고통지수’. 어음부도율과 실업률 등을 기준으로 지역별 경제상태를 보여주는 ‘고통지수’에서 경북이 ‘-5.3’으로 1등을 했다고 말했다.
그것도 3년 연속 고통지수가 가장 낮았다며 좋아했다. 하지만 경제고통지수가 가장 낮다는 것이 좋아할 일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 지수는 부산과 대구 등 광역시가 늘 높다. 실업과 어음부도가 많지만 그만큼 경제가 역동적이라는 점도 동시에 보여준다.
경북의 경제고통지수가 몇 년째 가장 낮다는 것은 경북이 전국에서 가장 경제활동이 정체된 곳이라는 의미도 되는 것이다. 경북지역 농어민들은 실업자는 아니지만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등 환경변화에 직면해 ‘고통’을 받고 있는 현실은 고통지수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이 같은 사정을 외면한 채 경북도는 지역경제가 최고라고 자부하며, ‘직원 칭찬운동’ 등을 펴고 있다. 도청 직원들 사이에는 “이 지사가 10년 가까이 도정을 맡으면서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참모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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