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이슈추적/이름만 '국제' 항만여객터미널

  • 입력 2004년 3월 3일 21시 22분


“글로벌 스탠더드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국제여객터미널의 면모에 맞는 최소한의 서비스는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닙니까.”

칭다오(靑島) 웨이하이(威海) 옌타이(煙臺) 단둥(丹東) 등 중국 8개 도시를 운항하는 여객선의 관문인 인천 제1, 2 국제여객터미널 이용객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다.

부두에 접안한 여객선에서 내린 승객이 출국장까지 통관하는데 1∼3시간 걸리는 게 보통이다. 단둥 다롄(大連) 등 2개 항로의 여객선이 동시에 입항하는 월, 화요일이나 검색 화물 수가 많을 경우엔 통관시간이 5시간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인천국제공항의 통관 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1시간인 것에 비해 대조적이다.

여객기와 여객선 승객에 대한 검색방법이 ‘디지털 대 아날로그’처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화물칸에 실리는 화물의 경우 공항과 항만에서 모두 X선 검사를 받아야 하지만 검색시간은 10배가량 차이가 난다. 화물 1개 당 검색시간은 공항 7초, 항만 1분 이상이다.

또 휴대품의 경우 공항에서는 전 승객의 3∼4%를 대상으로 한 표본검사가 실시된다. 이에 비해 인천항에서는 짐 없는 일부 승객을 제외하고는 모두 짐을 풀어보는 개장(開張) 검사가 이뤄지고 있다.

인천세관은 “밀수 우려가 높은 보따리 상인이 국제여객선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철저한 검색을 실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문제는 보따리 상인 보다 일반 승객의 이용률이 급격히 늘어난다는 것.

인천항에서 여객선을 이용해 중국 8대 도시를 오가는 승객은 연간 35만명 안팎. 1월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6%나 증가했다.

여객선사 관계자는 “보따리 상인이 승객의 80∼90%를 차지했지만 요즘엔 50% 이하로 떨어졌다”며 “터미널의 서비스 수준이 너무 낮아 일반승객의 항의가 거세다”고 밝혔다.

국제여객터미널의 운영방식이 고객보다 세관, 출입국관리사무소 등 입주기관 편의 위주라는 지적도 많다.

터미널주차료는 30분에 1000원, 카트 사용료는 1대당 2000원씩 받고 있어 비싸다는 항의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해양수산부의 퇴직 공무원단체가 주차장 관리와 카트 임대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

편의시설도 크게 부족하다. 2터미널에는 약국이나 금융기관이 없어 환전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1, 2터미널은 연안부두와 월미도 방향 등 4km 이상 떨어진 반대 지역에 있지만 도로 안내 표지판조차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승객들은 여객선사에 3, 4번 이상 전화 문의를 하고 터미널을 찾아오는 일이 빈번하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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