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원전센터 찬성’에 학교 떠나라니

  • 입력 2004년 3월 4일 19시 48분


원전센터 설립 찬성 발언을 한 전북 부안군 변산 서중학교 조모 교사에게 학부모들이 학교를 그만두라고 압박하는 일은 심각한 교권 침해다. 의견이 다른 사람을 편 가르기하고 배척하는 문화가 어쩌다가 시골 학교에까지 번졌는지 안타깝다. 설사 소수 의견일지라도 다수의 힘으로 억압해서는 안 되는 것이 민주사회의 기본이다. 조 교사에게 학교를 떠나라고 요구하며 학생들을 등교시키지 않는 것은 다수의 힘을 빌린 폭력일 뿐이다.

학부모들은 표면적으로 자질을 문제 삼고 있으나 조 교사는 18년 동안 학교에서 별 문제없이 근무했다고 동료 교사들은 말한다. 조 교사는 원전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 온 김종규 부안군수의 친척이라고 한다. 그 이유로 학부모들로부터 ‘왕따’를 당한다면 이렇듯 그릇된 ‘연좌제’가 어디 있는가.

학부모들의 부당한 요구에 굴복해 교사들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교권은 설 자리가 없다. 교육부와 교원단체는 변산 서중 사태의 진상을 조사해 소신 발언을 한 교사가 억울하게 교육자로서의 권리를 침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에 전체 전력 생산량의 40%를 의존하는 나라에서 원전수거물 관리센터 건립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다. 교사가 나라 전체를 생각하고 지역의 반대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면 오히려 격려 받아야 할 행동 아닌가.

부안에서는 작년에도 원전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40여일 동안 자녀에게 등교 거부를 시킨 적이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주민이 합리적으로 논의해 결정할 사안에 어린 자녀들을 끌어들이는 행동은 어떤 명분으로도 지지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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