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의 늪' 부산르포]부동산시장 봄은 언제?

  • 입력 2004년 3월 4일 20시 18분


‘학군수요’ 불황탈출 계기 될까4일 부산 동래구 사직동 쌍용스윗닷홈 모델하우스에는 모처럼 많은 인파가 몰렸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투자자’가 실종된 부산의 올 부동산 경기는 싸늘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사진제공 쌍용건설
‘학군수요’ 불황탈출 계기 될까
4일 부산 동래구 사직동 쌍용스윗닷홈 모델하우스에는 모처럼 많은 인파가 몰렸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투자자’가 실종된 부산의 올 부동산 경기는 싸늘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사진제공 쌍용건설
《3일 오전 부산 동래구 사직동의 ‘쌍용스윗닷홈’ 모델하우스. 부산에서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눈이 온 날이었지만 이날 하루 5700여명이 현장을 다녀갔다. 첫날 방문객 수로 계약률을 어림짐작하는 분양 관계자들은 ‘4개월 만에 부산 분양시장이 햇빛을 볼 것 같다’며 낙관 섞인 전망을 내놓았다. 모델하우스 앞에 늘어선 채 명함을 돌리는 인근 중개업자들은 “56평은 벌써 프리미엄이 2000만원 붙었다”며 바람을 잡기도 했다.》

주부 최정순씨(55·사직동)는 “옆 단지 아파트들보다 평당 가격이 비싸지만 동인고, 동래고로 대표되는 학군 프리미엄이 상당한 곳이니 만큼 청약을 해 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가 이날 오후 찾은 해운대구 수영구 부산진구 일원의 주상복합, 아파트, 오피스텔의 모델하우스에는 방문자가 뜸해 한기마저 맴돌았다. 눈발이 조금 세진 탓도 있었지만 손님이 10명을 넘는 곳은 찾기 어려웠다. ‘평당 (분양가) 50만∼60만원 인하’ ‘계약금 10%만 있으면 최소 3년 추가 지출 없음’ 따위의 포스터들만 간간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학군’이 최후 보루?=부산은 정부의 ‘10·29 부동산 대책’에 이어 지난해 11월 18일 있었던 ‘투기과열지구 지정’ 때문에 4개월째 건설경기가 밑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돈 흐름이 막힌 데다 개미군단까지 세금 부담으로 아파트를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지경에 처한 상황. 지난해 부동산 규제 조치 직전에는 해운대, 동래를 중심으로 분양가가 850만원대까지 치솟고도 초기 분양률이 50%를 상회했으나 이후 경기가 급속히 식어갔다.

지역 건설업체와 분양대행사들에 따르면 11, 12월에 분양시장에 뛰어든 업체들은 초기 계약률이 대부분 10% 미만이었으며, 12월 이후 올 2월까지는 신규 분양이 아예 중단되기 까지 했다.

이번에 분양하는 사직동 쌍용스윗닷홈의 경우 ‘부산의 대치동’이라 불릴 만큼 근처에 탄탄한 학군이 있어 비교적 낙관론이 나온다. 그러나 이곳도 철저히 ‘실수요자’ 중심으로 움직이는 상황이며, 투자자들이 들어설 가능성은 적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의견이다.

▽3월에만 6000여 가구 분양=부산에선 쌍용스윗닷홈 2947가구를 필두로 이달에만 6000여 가구에 이르는 신규분양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황을 뚫을 계기가 되기엔 역부족인 양상이다.

부산시청 주택과 이봉식씨는 “그나마 지역 제조업 기반도 약해지고 있어 주택건설업에 기대를 걸었는데 ‘투기과열지구 지정’ 이후 상황이 악화되기만 한다”며 “건설교통부에 계속 해제를 건의하고 있으나 상반기 전에는 검토도 안 된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건교부측은 일정기간 표본을 선정해 신규 주택 청약률이 5 대 1이 넘는 지역을 중심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통해 투기과열지구를 선정하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 “부산은 구마다 차이가 심하지만 투기바람이 불까봐 아파트 값이 싼 곳까지 원천봉쇄했으며, 이러한 규제 기조는 당분간 변동 없이 유지될 것”이라는 게 건교부의 설명이다.

▽얼어붙은 시장=부산의 건설업체와 중개인들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지역적 특색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탓에 지역에 돈이 돌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메이저급인 A건설업체 영남본부 지사장은 “솔직히 ‘외형 갖추기’를 위해 지방에 진출해 적자만 안 보면 된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지금 같은 경기에서는 도무지 사업계획 자체를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중견업체들은 올해 예상물량 중 상당수를 총선을 앞둔 3월과 4월 초에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B업체 전무는 “총선을 앞두고 뭔가 경기 부양책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해 분양을 더 이상은 미루지 않기로 했다”며 “그러나 1∼3순위까지 30%만 채우면 대성공으로 본다”고 말했다.

해운대구 LBA부동산 강동욱 소장은 “같은 부산이라고 해도 평당 400만원대 지역도 있고 평당 800만원대 지역도 있는데 무리하게 ‘서울의 시장 논리’를 적용해 침체를 장기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2004년 상반기 중 부산 주요 아파트 분양일정
시기건설사위치평형가구수(일반분양)전화구분
3월쌍용건설동래구 사직동24∼562947(677)080-018-0777아파트
남광토건부산진구 부암동34∼51544(544)051-896-1800아파트
롯데건설동래구 안락동32∼47172(152)02-3480-9264주상복합
벽산건설금정구 구서동36∼47276(276)051-313-8017주상복합
벽산건설금정구 청룡동34∼43313(313)051-313-8017아파트
4월대우자판건설동구 범일동33∼46184(184)051-861-1007주상복합
성원건설부산진구 부암동32∼49945(945)02-3404-2109아파트
포스코건설수영구 망미동34∼67862(862)02-3457-2738아파트
한일건설부산진구 전포동24∼39235(235)02-527-7255주상복합
한일건설연제구 거제동33∼48270(270)02-527-7255아파트
5월대림산업부산진구 가야동33∼51299(299)051-365-3000아파트
대림산업부산진구 부암동30∼50585(585)080-783-3000아파트
자료:닥터아파트

부산=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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