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은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있지만 골목길은 구석구석까지 눈이 깨끗이 치워져 있었다.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이 된 곳도 물론 찾아볼 수가 없다.
성동구는 서울시 자치구 중에 제설작업이 잘되는 곳이지만 그중에서도 주민들의 ‘내 집 앞 눈치우기’가 가장 활발한 지역이 바로 옥수2동이다.
성동구에는 동마다 골목길 환경도우미가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골목길 청소를 하고 겨울철에는 제설작업을 벌인다. 각자 맡은 구역이 정해져 있어 누가 안 치웠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떠넘기기’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인근 옥정중학교 학생들도 봉사활동으로 눈 치우기에 참여하고 있다.
박상오 옥수2동장은 “예전에는 공무원이 집집마다 방문해 눈 치우기를 독려했지만 이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며 “평소에 훈련이 잘돼 있어 폭설이 내려도 주민들이 당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남하이츠 빌라 주변 언덕길을 쓸고 있던 도우미 대장 최종규씨(55)는 “어제 폭설이 내렸다는 전화를 받고 오후 11시까지 제설작업을 한 뒤 오늘 아침 다시 나왔다”며 “눈을 치우고 나면 어깨가 뻐근해 주민들끼리 파스와 쌍화탕을 사서 주고받는다”며 웃었다.
성동구가 제설작업에 열심인 이유는 관내에 고지대가 많기 때문. 내린 눈을 치우지 않으면 빙판으로 변해 언덕길에서 부상자가 속출한다.
성동구청 정진호 토목과장은 “구에서 소형 염화칼슘살포기를 개발해 동마다 나눠 주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주택가나 골목길까지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스스로 자신의 집 앞을 치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4, 5일 제설비용으로 5억원가량을 지출했지만 골목길 등에는 여전히 눈이 쌓여 있는 곳이 많다.
‘내 집 앞 눈 치우기’와 관련해 기존의 자연재해대책법이 ‘풍수해 등의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로 개편되면서 건물의 소유·점유자가 주변도로에 대한 제설 및 제빙작업을 해야 한다는 조항이 삽입됐지만 법안 자체는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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