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박사과정의 한 학생이 발표한 논문에서 사용된 이 용어는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구는 아파트 값도 비싸고 고학력층의 거주 비율이 높아 외부로부터의 진입이 어려운 빗장도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는 이런 일반적 인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주민들이 있다.
주민들이 관내의 생활형편이 어려운 이웃과 1 대 1 결연을 맺어 도와 주는 행사가 2년째 계속되고 있는 것.
용돈을 아껴 참여하는 초등학교 2학년생부터 고급 수입자동차 회사인 BMW 직원들까지 한 달에 한 번씩 형편껏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이 모임을 가능하게 한 사람은 하익봉 잠원동장. 그는 2년 전 생활이 어려운 이웃에 대한 정보를 담은 소책자를 가정마다 배포했다. 솔직히 별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동사무소로 이들을 돕고 싶다는 문의전화가 이어졌다.
하 동장은 “30평대 아파트가 7억원에 가까운 이곳에도 분명히 생활이 어려운 이웃이 있고 이들의 소외감은 더 크다”고 말했다.
금액은 한 달 평균 164만원으로 크지 않지만 1년이면 2000만원에 가깝다.
수녀들이 버려진 아이를 돌보는 ‘성심 효주의 집’을 지원하고 있는 주부 김혜영씨는 “명절이나 연말연시에 1회용으로 이웃돕기를 하는 것과 달리 적은 돈이지만 지속적인 도움을 준다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탤런트 김용림 남일우 부부도 성심 효주의 집 후원자다.
돈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과 직접 교류한다는 것도 다른 점.
주부 신영희씨는 “돕고 있는 할머니가 천식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계신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눈물이 나 혼났다”며 “돈이 너무 적어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웃을 도우면서 이들이 얻는 기쁨도 남다르다.
찜질방을 운영하는 오태남씨는 올해는 지원금을 지난해보다 두 배로 늘렸다.
“할머니가 고맙다며 설에 참기름을 세 병이나 가져오셨어요. 눈물이 왈칵 쏟아졌죠. 어찌나 아까운지 먹지도 못하고 있어요.”
오씨는 할머니들이 목욕이라도 실컷 하시라고 평생회원권을 끊어 드리기도 했다.
“강남 사람들이 인색하다고요? 돕고 싶은 마음이야 다 마찬가지죠. 다만 마땅한 기회가 없고 잘 몰라서 그런 것입니다. 빗장도시라면 그 빗장을 여는 계기가 필요할 뿐입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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