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복지시설인 경남 창원시 ‘창원 여성의 집(관장 조현순)’ 부설 범숙학교 학생 18명이 그 주인공이다.
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한 이들은 12박 13일 동안 독일, 오스트리아를 돌며 장애인 시설과 선도보호시설을 방문하고 현지 학생들과 교류를 갖는다. 범숙학교는 가출소녀를 보호하며 사회 복귀를 돕는 대안학교.
이 학교는 가출소녀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새 삶을 가꿀 수 있도록 2002년과 지난해 국내에서 아름다운 도전이라는 이름의 국토대행진을 마련했지만 해외 행사는 처음이다.
조 관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일수록 어떤 의미에서는 돌보는 방식이 혁명적일 필요가 있다”며 “가출소녀들이 척박한 토양에서 제자리 뛰기만 할 것이 아니라 마음껏 날아오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출소녀들은 8일부터 독일에서 장애인 거주지역 견학 및 체험행사를 갖고 자신들이 그동안 땀 흘리며 준비한 통영오광대도 직접 공연한다.
또 선도보호시설을 찾아 그곳의 아이들과 함께 암벽타기, 연극 및 그림그리기, 소감 발표회 등을 통해 마음의 문을 활짝 연다. 우리 음식을 손수 만들어 나눠먹으며 한국을 알리는 시간도 갖는다. 문화사절단 역할을 겸하는 셈이다.
이어 오스트리아의 한 엘리트 학교로 이동해 자매결연 문제를 협의한다. 통역은 교포와 한인 신부들이 맡는다.
특히 범숙학교는 이번 도전에 삼육재활학교 중증 장애학생 7명을 동행시켰다. 가출소녀들이 현장체험 학습과 함께 이들의 손발이 돼 ‘봉사’의 의미를 체득하도록 배려한 것이다.
4년 전 집을 나와 2년째 범숙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고모양(18)은 출국에 앞서 “유럽의 문화를 머리와 가슴으로 체험하면서, 진정한 나의 위치는 어디쯤인지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모양(18)도 “짧은 기간이지만 친구들과 서로 도와가며 아름답게 성장해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
기획팀인 범숙학교 이승석 교사는 “이번 행사를 통해 가출소녀와 장애인들이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남을 위한 배려와 사회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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