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검찰 대선자금 수사 공정치 못했다"

  • 입력 2004년 3월 9일 16시 10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는 9일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어제(8일) 검찰이 발표한 수사 결과를 보고 실망했다"며 "검찰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형평을 고려하여 나에 대한 사법처리를 연기하는 것이라면 이는 검찰이 정치적 계산을 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오전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말한 뒤 "무엇보다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대선후보였던 나와 노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총선 이후로 연기한다고 한 검찰의 결정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5대 그룹의 경우 검찰이 지난 5개월 동안 수사한 결과가 '700대 36'이라면 과연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느냐"며 "그것도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당일에 와서야 30억원이 새로 발견되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검찰 수사는 공정하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전 총재가 대선자금 검찰 수사의 공정성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함에 따라 검찰 수사의 형평성 시비가 재연되는 등 총선을 앞둔 탄핵 정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의 대선자금 관련 기자회견은 지난해 10월30일, 12월15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대선자금 해법과 관련해 그는 "나나 노 대통령이나 대선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며, 대선자금과 같은 과거청산 문제는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짐으로써 깨끗이 매듭지어야 한다"며 "나는 내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감옥에 가겠으며 노 대통령은 대의(大義)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기 바란다"고 노 대통령의 동반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 전 총재는 그러나 "한나라당의 대선자금에 관한 일은 모두 내가 시켜서 한 일이며 이 문제로 구속된 사람들은 모두 실무자나 전달자에 불과하다"며 "나는 이미 모든 책임을 지고 국법의 심판을 자청했으며 검찰은 나에 대한 수사를 하루속히 마무리짓고 국법에 따라 나를 사법처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외에 그는 △검찰의 기업수사 조기 종결 △한나라당의 환골탈태 등을 주문했다.

한편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이 전 총재가 노 대통령과의 동반책임론을 거론한것과 관련, 이날 오후 브리핑을 통해 "노 대통령은 비겁하게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그러나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책임을 지는 방법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고민이 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또 "노 대통령은 대선자금 문제에 책임지는 방법에 있어서도 궁극적으로 정치가 개혁되고 이런 문제가 재발되지 않는데 기여하는 방향으로 책임져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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