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잘 나가는 과학자 출신의 기업가 얘기가 아니다. 10일 경남 인제대에서 취임식을 갖는 성창모(49) 제3대 총장의 간단한 이력이다.
“제 화두는 세계화입니다. 이공계를 활성화시켜 인제대를 세계 수준의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만들 계획이에요.”
이공계 기피 현상이 만연하고, 우수한 학생들은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실에서 다소 과감하게 느껴지는 ‘선언’이다. 이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한 가지 힌트를 그의 이메일 주소에서 얻을 수 있다. ID가 CEO(최고경영자)다.
“대학을 잘 ‘경영’해 세계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에요.”
성 총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와 리하이대에서 석사, 박사를 받았다. 전공은 전자현미경. 머리카락 10만분의 1 크기의 세계를 다루는 나노(nano) 공학을 정통으로 섭렵했다.
이후 텔레커뮤니케이션 회사인 GTE Labs.에서 4년을 책임연구원으로 지내고 1993년부터 매사추세츠 주립대 교수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대초 실업률이 9.6%에 이르는 미국의 경제를 부흥시킨 건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와 동부 매사추세츠주의 ‘128번 산업도로’였죠.”
성 총장이 머물던 128번 산업도로 (Route 128) 그리고 495 산업코리더 클러스터 지역은 MIT, 하버드대, 보스톤대, 터프츠대, 매사추세츠주립대 등 명문대와 전통적인 화학, 기계 등의 산업체가 하이테크와 성공적으로 접목한 곳. 여기서 그는 대학이 산학연 중심에 서야 지역의 부가가치 창출이 성공한다는 점을 120여개 미국회사와 공동연구하며 경험적으로 절감했다.
2001년에는 직접 기술마케팅 회사(CIBNA)를 설립하였고 중소기업청의 ASP센터를 운영하며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벤처/중소기업을 세계 시장으로 진출시키는 일이 주요 업무였다.
“인제대는 백병원을 기반으로 1979년 설립되어 의학과 생명공학의 수준이 높아요. 또 국내 최초로 나노공학과를 만들었죠. 경남의 전통적인 기계산업 등을 인제대학의 고품질 전문교육, 글로벌 네트워크와 결합해 128번 산업도로의 신화를 실현시킬 계획입니다.”
교수, 과학자에서 벤처회사 사장으로, 그리고 이제 한 대학의 ‘최고경영자’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성 총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기자 wolfkim@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