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는 회견에서 검찰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자신도 책임지고 감옥에 갈 테니 노 대통령도 대의(大義)에 따라 스스로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검찰이 노 대통령과의 형평을 고려해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를 연기한 것이라면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즉각 “대통령은 비겁하게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다”고 맞받았다. 노(盧)와 창(昌)의 싸움은 아직도 계속 중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공방이다.
누군가는 그 불화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만으로도 이미 지쳐 있다. 언제까지 노 편, 창 편으로 갈려 싸울 것인가. 노 대통령부터 입장을 분명히 해야 한다. 10분의 1 발언이 한나라당보다 불법 자금을 적게 썼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대통령 직을 걸겠다”고까지 한 이상 정계를 은퇴할 생각이 아니라면 국민에게 사과든 해명이든 해야 한다. 여론의 눈치를 살필 때가 아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은 때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거침없이 해 온 대통령 아닌가.
검찰수사 결과에 대해 청와대는 “계산이 다르다”고 했다는데 이 역시 온당한 대응이 아니다. 당으로 유입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받은 돈을 계산에서 빼거나, 자금을 받은 시점을 달리할 경우 10분의 1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한심한 발상이다. 산술적으로 따져 10분의 1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노 대통령은 “우리는 대선 때 티코를 탔고, 한나라당은 리무진을 탔다”고 했지만 음주운전이라면 단속에 걸리기는 마찬가지다.
차제에 노 대통령과 주변 참모들은 ‘개혁의 독점’ 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들만이 개혁세력이고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세력은 반(反) 개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 10분의 1 발언도 결국 그런 의식 과잉과 오만함에서 나온 것 아닌가.
털어 버릴 것은 과감히 털어 버려야 한다. 10분의 1 발언이 경솔한 것이었다면 솔직히 시인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지난 1년간 대통령답지 않은 언행으로 스스로는 물론 국민까지 옭아맨 경우가 얼마나 많았는가. 재신임 문제만 하더라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헌정 사상 초유의 탄핵안까지 발의됐다. 도대체 어떻게 풀어 갈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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