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철도청과 고양 고속철도차량정비창 등에 따르면 올 들어 고속열차 검사과정에서 엔진회전축과 바퀴축을 연결해 동력을 전달하는 감속기어에 물기가 들어가는 혼수(混水)현상이 확인됐다.
지난달 13일 고속열차 46편성(한 편성은 객차와 전동차 등 20개 차량) 가운데 2개 편성에서, 한 편성의 경우 감속기어 12개 가운데 11개에서 혼수현상이 발생했다.
혼수현상은 감속기어가 과열되면 기어 안에 유증기(油蒸氣·기름의 증기)가 발생하고 압력이 높아지는데, 이 압력상승을 막기 위한 유증기 배출장치를 통해 외부 차바퀴 등에 묻은 비와 눈 등 물기가 기어 안으로 들어와 발생한다.
혼수현상은 윤활유의 점도를 떨어뜨려 기어의 수명을 줄이는 원인이 된다. 전문가들은 윤활유를 정기적으로 교체하지 않으면 열차 안전에도 이상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철도청의 고속철도차량정비 기록에는 기름이 새는 현상이나 무전기 송신불량, 공기조화장치 불량, 마모판 불량 등 크고 작은 불량도 확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3일 정비기록에는 46편성 가운데 21편성에서 부분적인 불량이 확인됐으며 4일에는 19편성에서 불량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철도청은 “혼수현상은 프랑스 TGV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면서 “고속철도는 윤활유에 약 1% 정도 수분이 들어가면 윤활유 전체를 교체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철도청 관계자는 “한국은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눈이 많이 오는 점을 감안해 이런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량해줄 것을 차량제작사인 알스톰사에 요청했으며 올해 안에 문제가 된 부품을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른 부품 결함에 대해 “운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며 대부분 이달 중순까지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통을 불과 3주일 앞둔 상황에서 최고 300km로 달리는 고속철도의 기계장치 및 부품 결함이 노출돼 정부가 총선을 의식해 고속철 개통을 너무 서두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또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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