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구치소는 한국사회의 표본실”

  • 입력 2004년 3월 11일 18시 55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송두율(宋斗律·60)씨가 최근 “구치소를 조그마한 한국처럼 느끼고 지난 37년간 경험하지 못한 한국 사회를 압축적으로 그리고 속성으로 배우고 있다”는 편지를 보냈다.

‘송두율 교수 석방대책위원회’는 11일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송 교수 무죄 석방 촉구 사회원로 기자회견’을 열고 대책위에 배달된 송씨의 편지 2통을 공개했다.

송씨는 이 편지에서 “많은 정치인들, 재벌 회장과 사형수까지 함께 생활하니 구치소야말로 한국 사회의 표본실이라 할 수 있다”면서 “한국 사회는 갈등이 증폭되는 과도기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출범은 그러한 문제를 분명히 보여준 하나의 사건”이라며 “기득권 세력은 갑자기 잃어버린 고지의 탈환에 혈안이 돼 자꾸 무리수를 두고 (개혁세력은) 정권을 잡았으나 이를 견고하게 다지고 개혁을 추동시킬 힘이 없다보니 갈팡질팡하는, 한마디로 주인 없는 사회처럼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지난 입춘 추위는 정말 매서웠지만 오는 봄을 결코 막을 수 없다”면서 “‘매화는 한 번 추위를 겪지만 그의 향기를 팔지 않습니다’(梅一生寒不賣香)”고 편지를 끝맺었다.

그는 또 다른 편지에서 “재판부의 선고를 기다리는 심정은 담담하다”며 “국가보안법은 한마디로 ‘네모난 원형’을 그리려는 애초부터 무모한 법적용이었다”고 비판했다. 송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5년형을 구형받았다.

한편 이날 김세균(金世均·서울대) 교수 등 사회 원로 30여명은 “송씨는 남북 학술 교류에서 성실한 중재자 역할을 했을 뿐인 만큼 무죄 석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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