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음악한 사람들이 이게 뭐야?”
이어지는 엄남익 단장(76)의 질책.
10분 후 이번에는 누군가의 관악기에서 나온 쇳소리로 다시 연주가 멎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단원 12명의 웃음이 터진다. 이 쇳소리는 ‘진짜 실수’가 아니라 ‘잠시 쉬었다 하자’는 뜻이기 때문.
14일 2004 서울국제마라톤대회 때 송파구 석촌역사거리에서 응원 공연을 가질 송파구 실버악단의 연습 장면이다. 평균 나이 70.9세. 50년 이상 악기를 연주하면 이런 소리만으로도 ‘진짜 실수’인지 ‘쉬었다 가자’는 뜻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송파구 실버악단은 1994년 2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창단된 구립 노인악단이다. 동아방송과 MBC 전속악단장을 역임한 엄 단장을 비롯해 단원 13명 전원이 방송사 악단이나 경찰악대 출신의 실력파다.
단원들이 말하는 자신들의 장점은 관객의 분위기에 맞춰서 음악을 선택하고 같은 곡을 연주해도 그때 분위기에 맞게 연주한다는 점. “어디를 가든 박수갈채를 받았다”며 자부심이 대단하다.
1000곡이 넘는 레퍼토리로 1995년 광복 50주년 남북통일기원 부대행사 초청공연, 1997년 중국 상하이(上海)시 초청 해외공연, 2001년 서울국제올림픽박람회 초청공연도 다녀왔다.
이번 마라톤에서는 오전 9시반부터 낮 12시반까지 ‘서울의 찬가’ ‘선구자’ ‘오 솔레미오’ ‘와’ ‘꿍따리샤바라’ 등을 메들리로 엮어 행진곡풍으로 연주할 계획이다.
이들은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 참여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라며 “선수들이 힘낼 수 있게 멋진 연주를 들려주겠다”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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