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동국학원 이사장 취임 현해스님 “학원 내실에 힘쓸것”

  • 입력 2004년 3월 12일 18시 09분


“앞으로 양적 팽창보다 질적 향상에 주력하겠습니다.”

16일 동국학원 이사장 취임식을 갖는 현해(玄海·69) 스님은 “나는 원래 바깥 살림보다 안살림에 자신 있는 사람”이라며 “임기 동안 학원의 내실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동국학원 이사장은 동국대 등 12개 산하 교육기관을 관리하며 300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자리로 불교 조계종단에서 총무원장과 쌍벽을 이루는 직책.

현해 스님은 그동안 재단이 동국대 일산병원, 경주 캠퍼스 등 확장에 신경쓰다보니 질적인 면에는 신경을 많이 쓰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제 학문 연구와 강의에 부진한 교수에게는 채찍을 가하고 잘하는 교수에겐 연구비를 늘리는 등 차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 학교 내 현안인 일산병원 개원 문제에 대해선 내년 3월 1일까지 문을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동국대 서울 캠퍼스가 너무 좁아 교수 2명이 좁은 방을 같이 쓸 정도”라며 학교 부지를 늘리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재단이 중앙대 필동병원을 인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

그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전도사까지 됐지만 교회 내분으로 기독교를 떠나 오대산 월정사에 들어간 뒤 인연이 닿아 출가했다.

“처음엔 중 될 생각이 없었는데 월정사에서 ‘사흘 동안 꾸준히 마음을 닦으면 1000가지 보배를 얻고, 100년 동안 재물을 모아도 한순간에 티끌이 된다’는 원효 스님 ‘발심수행장’의 글귀에 감명 받고 불가에 귀의했죠.”

그는 일본 고마자와대와 와세다대에서 유학한 뒤 귀국해 중앙승가대 교수를 지냈다. 법화경 해석에 있어선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권위자다. 이사장을 맡기 전 12년 동안 월정사 주지를 맡아 포교에도 힘썼다.

그가 생각하는 ‘스님으로서 가장 지켜야할 덕목’은 ‘시줏돈을 아끼고 최소한의 물질만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 지금도 급한 경우가 아니면 휴대전화로는 오는 전화만 받고 전화를 걸지 않는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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