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대책후 첫학기]<7>방과후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 입력 2004년 3월 14일 19시 00분


《새 학기가 시작되자마자 아침 자율학습(0교시)과 야간 자율학습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2·17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하나로 방과 후 보충학습과 자율학습을 실시하도록 하자 일부 고교들이 학생들을 반강제적으로 학교에 붙잡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보충학습을 하려면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자율학습에 대해선 아무런 제약이 없어 많은 학교가 일단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안병영(安秉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9일 밤 서울 배화여고를 갑자기 방문해 자율학습 현장을 둘러보고 학생들에게 강제로 자율학습을 시키지 않도록 당부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도 12일 학교정상화 계획 세부지침을 발표하면서 “0교시와 오후 10시 이후의 자율학습을 금지한다”고 밝히는 등 부작용 줄이기에 나섰다.》

▽‘타율학습’ 성토=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학부모 박모씨(43)는 “아이가 아침과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한 반에서 2, 3명을 빼고는 모두 잔다고 한다”면서 “학원에 가지 못하도록 학교에 잡아 놓으면 아이들의 실력이 올라가느냐”고 반문했다.

교육부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학부모는 “아이가 ‘야간 자율학습 시간이 너무 산만해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다’며 밤늦게 집에 돌아와 다음날 오전 2시까지 공부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경북 포항시의 한 학부모는 “중학교도 개학하자마자 앞 다퉈 오후 9시까지 자율학습을 시킨다고 야단”이라며 “아이들을 무작정 학교에 잡아놓는 것이 교육 정상화냐”고 꼬집었다.

한 교사는 “학교가 교사들에게 무조건 보충수업과 자율학습을 하라고 해놓고 학부모가 항의하면 교사들이 의욕이 넘쳐서 그런 것이라고 발뺌한다”면서 “자율학습을 신청한 학생 수가 적으면 담임 능력을 운운하며 교사들끼리 서로 눈치 보게 만든다”고 털어놨다.

▽보충학습 눈치 보기=일선 학교들은 방과 후 보충학습 실시 여부를 놓고 학부모, 학생들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학부모의 보충학습 요구 여부는 지역에 따라 다르다. 대부분 학교는 학운위의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보충학습에 학원 강사 등 외부 인사를 초빙하는 문제도 고민거리다. 교육부는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면 학원 강사를 활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서울 S고 교장은 “교육청에서는 과목당 학생 1명에게 3만원 이하로 받으라고 하는데 능력 있는 학원 강사를 초빙하려면 많은 돈을 줘야 한다”면서 “학원 강사와 현직 교사의 위화감도 우려돼 일단 교사들에게 모든 수업을 맡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 M고는 학원 강사인 동문들에게 보충학습 강사를 맡아줄 것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학교 김모 교감은 “동문 강사들이 후배들을 가르치면 교육적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 참여가 관건=방과 후 보충학습이나 자율학습을 성공적으로 실시하려면 수업의 질을 높이고 학생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서울 K고 박모 교사는 “교육부에서 아무리 자율적으로 시행하라고 해도 일선 학교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다른 학교는 하는데 우리 학교만 하지 않으면 불안한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서울 화곡고는 학생회의 자발적인 건의로 오후 10시까지 자율학습을 실시하고 있다. 이 학교 3학년 박태연군(18)은 “자발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학습 분위기도 독서실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서울 청원여고 3학년 학부모 고향숙씨(48·여)는 “딸이 스스로 원해서 자율학습을 하고 있다”며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고 감독 교사가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서울 D고 최모 교장은 “보충학습 강좌의 질을 높이려면 수업을 담당하는 교사에 대한 인센티브와 함께 교재 및 프로그램 등 교육 당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홍성철 기자(팀장) 이헌진 이완배 손효림 길진균 조이영 정양환 유재동 전지원 기자(이상 사회1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