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자치단체 사이에 환경문제 등 지역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상호 협력하는 ‘연대’ 바람이 불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협력체제를 구축하면 중앙정부를 상대로 예산을 확보하기가 쉽고 공동사업을 추진할 경우 행정력 낭비도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보조를 맞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뭉쳐야 산다”=원자력발전소가 건설 또는 가동 중인 전남 영광군, 부산 기장군, 울산 울주군, 경북 경주시와 울진군 등 전국 5개 자치단체는 최근 ‘원전 소재 자치단체 행정협의회’를 결성하고 연 2회 정기회를 여는 등 원전 문제에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
이들 지자체는 “그동안 국가 기간산업시설로 희생만을 강요당하고 주민들은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 속에서 살아왔다”면서 “주민과 정부, 한국수력원자력간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행정협의회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자치단체에 원전 전담기구 신설 △원전 감시기구 활동 보장 △원자력발전량 kW당 4원의 지역개발세 부과 등 5개항의 공동건의문을 국무총리실과 행정자치부 등에 보냈다.
▽섬진강을 살려낸 자치단체들=섬진강 수계(水系)의 전남 광양 순천시, 구례 곡성군과 전북 순창 장수군, 경남 남해 하동군 등 8개 시군이 섬진강의 생태보전을 위해 ‘섬진강환경행정협의회’를 결성한 것은 1997년 말.
협의회는 99년부터 섬진강 본류의 전 지역에서 골재채취 및 허가를 금지하고 매년 새끼 은어, 자라, 참게, 쏘가리 등 40여만마리를 풀어 섬진강에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그 결과 섬진강은 어류의 서식 장소가 늘었고 전국 5대강 가운데 유일하게 1, 2급수를 유지하고 있다.
광양시 환경관리과 손영호(孫永浩) 과장은 “올해 처음으로 섬진강 수질보전을 위한 정부 보조금 49억원을 받았다”면서 “협의회가 영호남간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물론 ‘섬진강 지킴이’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잇따르는 지자체 연대=경기 인천 충남 전남 전북 등 5개 시도가 참여하고 있는 황해권 시도지사협의회는 최근 실무협의회를 갖고 황사(黃砂) 예방 공동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들 지자체는 올해 1차 추경 때 1억원을, 내년 본예산에 1억원을 확보해 조림사업에 나서기로 했다.
전남 담양 구례 곡성군과 전북 순창군은 서울대 의대 연구팀이 장수(長壽) 실태조사 결과 4개 군을 전국 최장수 지역으로 선정한 것을 계기로 지난해 6월 ‘장수벨트 행정협의회’를 만들었다.
협의회는 장수와 관련된 연구소, 암 센터, 실버타운 건립과 각종 건강상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경북 안동시와 문경시 등 북부지역 11개 자치단체도 지난해 말 관광행정협의회를 구성하고 각 지역의 축제와 관광명소 등 관광자원을 연계해 패키지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팸 투어, 관광박람회 등을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이규환(李圭煥·중앙대 행정대학원장)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지자체들이 홀로 뛰는 것보다 협의회 등을 구성하면 얻는 게 훨씬 많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앞으로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지자체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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