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경기 가평군 마장초등학교의 한 교실에서는 대한민국 예술원 최연소 회원인 조흥동 경기도립무용단 예술감독(63)의 무용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그는 20여명의 4학년 전체 학생들을 모아놓고 모듬발 걷기, 평걸음 등 한국무용의 기본기를 가르쳤다. 수업에 참가한 최한성 군(10)은 “다리는 좀 아프지만 재미있다”며 장단에 맞춰 동작들을 익혔다. 다른 어린이들도 서툴게나마 ‘선생님’의 몸짓을 열심히 따라 했다.
이날 수업은 경기도문화예술회관(관장 홍사종)이 경기도,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3월부터 시작한 ‘경기 예술교육 멘토 프로그램’의 하나. 경기도립예술단 소속 단원들이 도내 초등학교들을 직접 찾아가 교육하는 프로그램으로 공교육-문화 연계프로그램으로서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사업이란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멘토(Mentor)’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된 용어로 정신적 지도자 또는 조언자라는 뜻. 고대 그리스의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전하기 위해 집을 떠나며 아들인 텔레마코스를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던 친구의 이름이 바로 멘토였다. 홍 관장은 “멘토가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어린 학생들에게 직접 전수할 뿐 아니라 인생의 조언자로서 인간적 관계도 맺도록 하자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취지”라며 “공교육을 통해 문화예술을 가르치는 동시에 멘토들이 재능 있는 인재도 발굴해 키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도립 예술단원들은 가평, 양주, 남양주, 이천 등 경기도내 15개 지역 23개 초등학교에서 총 53개 학급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예술단원들은 주 1회 해당 초등학교를 방문해 정규 수업시간에 연극, 민요, 사물, 한국무용, 관현악 수업 등을 지도한다. 문화예술 교육을 담당할 전문교사를 구하기 어려웠던 이들 학교로서는 대환영이다.
어린이들과 어울려 한국춤을 배운 가평초교 4학년 나래반 담임 신경철 선생님(36)은 “아이들과 함께 따라 하다 보니 어깨춤이 절로 난다”며 “이런 수업은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는 지방 소규모 학교의 아이들에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한 시간 남짓한 수업이 끝나자 아이들이 조 예술감독 곁으로 모여들었다.
“선생님, 싸인 해 주세요.”
조 예술감독은 아이들과 헤어지면서 다음 주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다. 그는 “나도 아홉 살 때 동네에 찾아온 놀이패의 춤을 보고 한국무용의 길로 들어섰다”며 “문화예술은 특히 어린 시절의 경험이 중요한 만큼 이 같은 수업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평=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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