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방송-인터넷 교육 '올인' 교실수업은 어떻게 되나

  • 입력 2004년 3월 16일 21시 39분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이 16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발표했으나 교육부가 지난달 밝힌 방침을 땜질식으로 요약한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교육방송(EBS)과 사이버교육(e러닝)을 지나치게 강조해 정작 공교육 경쟁력의 핵심인 교실수업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교육방송과 e러닝이 희망?=대구와 경북교육청은 교육방송과 인터넷을 적극 활용해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시교육청은 현재 대구에듀넷(www.dgedu.net)을 통해 무료 서비스하고 있는 25개 과목 100여편의 가정학습용 자료에 올해 20과목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대구에듀넷의 질문코너에는 120명의 사이버교사들이 학생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으며, 상담교사를 통한 사이버 상담실도 더욱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도교육청은 이달 말까지 교육방송 수신을 위한 수신기와 안테나를 100% 설치할 예정이다. 또 도내 202개 고교의 인터넷 성능을 높여 교육방송 수신 상태를 개선하고 인터넷 방송국을 개설해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키로 했다.

시·도교육청이 마련한 이 같은 대책이 실제 학교에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다. 몇몇 학교장들은 “학교의 경쟁력은 교실에서 나와야 하는데 교육방송이나 사이버교육에 너무 의존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여러 가지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학교현장에서는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도교육청은 “지난달 교육부가 발표한 정책 중 이미 상당수는 시행하고 있어 새로울 게 없다”며 “교육방송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교사 학부모들의 불신은 여전=시·도교육청은 수준별 보충학습이나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 강화 등은 ‘학교 자율’을 원칙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학교장이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추진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자율 방침은 학교운영위원회가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해 학교운영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학부모는 “학교운영위원회가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기보다는 학교장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교사는 교사대로 불만이다. 수준별 보충학습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 우왕좌왕하고 있는 형편이다. 고교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준을 구분하고 그에 따른 교재와 시험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세부 방법은 없고 막연히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교육청은 교육청대로 고민하고 있다. 시·도교육청 관계자들은 “그동안 온갖 정책을 도입하고 적용했지만 눈에 띠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현실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막막하다”고 밝혔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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