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앞에서 만난 캐나다 출신의 낸시 그린(38)은 구릿빛 피부의 남자친구 코빌 우딘(31)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린씨는 4년 전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뒤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인터뷰 내내 그린씨를 다정한 표정으로 지켜본 우딘씨는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8년 전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뒤 비자 만료 이후 지금까지 불법체류자로 지내고 있다.
두 사람은 2000년 11월 한 국제단체가 주최하는 외국인 노동자 집회에서 만났다. 우딘씨는 당시 외국인 노동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린씨가 우딘씨의 활동에 관심을 보였고 두 사람은 점차 가까워졌다. 지난해 말 우딘씨가 사랑을 고백했고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해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두 사람의 꿈은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가는 것이지만 우딘씨가 불법체류자여서 당분간은 이뤄질 수가 없다.
두 사람 모두 새로운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하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받는 대접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면 돈을 많이 번다는 이야기를 듣고 캐나다에서 한국의 영어학원에 전화를 했더니 백인인지 흑인인지부터 묻더군요. ‘화이트’라고 말했더니 학원에서 너무 좋아하면서 당장 오라는 거예요.”
이 학원은 그린씨에게 비자를 구해주고 비행기표와 거처까지 마련해줬다. 반면 우딘씨는 “월급은 그린의 3분의 1밖에 안된다.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가도 우리(동남아인)에게는 옷을 안 파는 곳이 많다”며 우울해했다.
그린씨는 “택시를 타도 캐나다인이라고 하면 기사들이 ‘캐나다 베리 굿’이라며 좋아하던데”라고 말하자 우딘씨는 “나는 택시를 타면 ‘어디 가냐, 이 ××야’라며 욕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씁쓸해했다.
그린씨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한국 사람도 브라운(황인)이고 그도 브라운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브라운보다 화이트를 더 존중하는 것이 이해가 잘 가지 않네요. 백인인 저한테 보여준 한국인의 친절과 따뜻한 사랑을 제 남자친구와 동료들에게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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