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진(李孝鎭·29)씨는 말기 간경화로 투병 중인 시어머니에게 자신의 간을 떼어준 며느리. 그는 이틀 전 간의 절반 이상을 절제하는 대수술을 한 사람답지 않게 18일 밝은 표정으로 오히려 시어머니 이성숙(李成淑·52)씨의 건강을 챙겼다.
시어머니 이씨의 간경화 증세가 악화된 것은 지난해 11월. 며느리 이씨는 남편에게도 알리지 않고 삼성서울병원에서 간 기증이 가능한지 검사를 받았다. 시아버지와 남편 형제들 모두 간 기증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뒤였다.
시아버지는 혈액형이 달랐고 남편과 형제들은 모두 간염보균자였기 때문에 유일한 희망은 이씨였다.
이씨가 먼저 수술을 받겠다고 말했을 때 시어머니 이씨는 “아기도 아직 안 낳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만류했다.
하지만 이씨는 뜻을 굽히지 않고 걱정하는 시댁과 친정식구들을 간곡하게 설득했다.
“출산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고민도 많았지만 아직 한창 나이인 시어머니께서 우리들을 잘 알아보지도 못하시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경기 안산시 남부시장에서 야채도매상을 하는 남편 구본식(具本植·29)씨는 “결혼할 때부터 아내가 먼저 시부모를 모시고 살겠다고 말했다”며 “며느리가 아니라 딸처럼 지냈다”고 고마워했다.
계약직으로 학습지 방문교사를 하고 있는 이씨는 “수술비와 치료비 때문에 큰아주버니가 집을 팔기로 해 걱정이지만 그래도 병원에서 내년이면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해 다행”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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