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中企 등친 사기단 검거

  • 입력 2004년 3월 21일 18시 44분


유령 외국은행을 세운 뒤 해외 투자금을 유치해주겠다며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수억원을 받아 가로챈 일당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21일 유령 은행인 ‘밀레니엄 뱅크’를 미국에서 세운 뒤 국내외 7개 중소기업에 해외 투자자금을 유치해 주겠다며 선납금 등 명목으로 9억2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최모씨(42·여) 등 2명을 구속하고 사장 김모씨(42) 등 3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달아난 이모씨(47)를 사기 행각의 주범으로 보고 이씨 등 2명을 긴급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0년 11월 4일 미국 뉴욕에서 ‘밀레니엄 뱅크 그룹’이라는 유령은행을 설립한 뒤 서울 명동에 이 은행 한국지사 사무실을 열었다. 미국에서는 금융 기업을 설립할 때 법인등기가 필요 없고 사업신고만 하면 되므로 이들이 쉽게 은행을 설립할 수 있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

이들은 곧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뒤 ‘외자 유치금액의 1%만 선납금으로 내면 담보가 없어도 사업타당성만 보고 돈을 빌려 준다’라는 광고를 냈다.

자금난을 겪고 있던 중소기업 사장들이 이 광고를 보고 선뜻 선납금을 맡기겠다고 나섰다. 지난해 7월에는 서울 중구에서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던 I교역 대표 최모씨(48)가 2억달러를 유치해 준다는 데 솔깃해 4억1700만원을 선납금으로 이들에게 건넸다.

이들은 심지어 중국 산시(山西)성에 본사가 있는 중국 물류회사 D유한회사에도 물류기지 건설자금 1000만달러를 유치해주겠다고 속여 2000만원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에게 사기를 당한 7개 기업 외에 다른 7개 중소기업도 밀레니엄 뱅크와 투자협정서를 작성해 모두 118억5000만원을 건넬 예정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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