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까지 ‘高비용 苦부담’…등록금-생활비 10년새 2.6배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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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 모 사립대 신문방송학과 92학번 정모씨(31). 경남 출신인 그는 4년 동안 학교 근방에서 하숙을 했다.

당시 2인1실 하숙방 월세는 22만원. 정씨의 부모는 월세를 포함해 매월 45만원을 그에게 부쳤다. 그는 군복무를 마친 후에는 생활비가 약간 올라 매월 60만원씩 받았다.

정씨가 입학 때 낸 등록금은 입학금까지 모두 124만1300원. 졸업학기 등록금 177만원까지 정씨가 학교에 낸 학비는 약 1106만원으로, 정씨가 입학한 후 학교를 마칠 때까지 든 비용은 모두 3447만원이었다.

#2. 대전에서 올라온 모 여대 2001학번 박모씨(23·여)는 매월 50만원을 내고 하숙집에서 지낸다. 원룸이 유행이지만 식비, 세탁 문제 때문에 원룸과 비슷한 비용의 하숙을 선택했다.

박씨는 지난해 5000만원을 들여 영국 런던으로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그는 “가격이 싼 편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좋은 교육을 받고 싶었다”며 “주변에 비슷한 가격대의 연수를 다녀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박씨의 등록금은 한 학기 280여만원. 기타 학원비 등 한 달 생활비 60만원 정도를 감안하면 입학 후 3학년 1학기에 재학중인 지금까지 약 9040만원을 썼다. 졸업까지 남은 학기를 생각하면 박씨의 졸업 비용은 1억원을 훌쩍 넘는다.

경기침체로 대졸자의 취업난이 심화되고 있지만 최근 10년간 대학생 한 명이 대학을 졸업하기까지 쓰는 비용은 과거 “소 팔아 대학 간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늘어났다.

대학 졸업 후 구직 기간도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현상은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01학번 졸업비용 91학번의 2.6배=사학진흥재단에 따르면 4년제 사립대 연간 평균 등록금은 91년 240만원, 92년 260만원, 93년 280만원, 94년 301만원이었다. 따라서 91학번의 4년 평균 등록금은 1081만원.

여기에 지방학생의 경우 하숙비 등 4년간 주거비용 1200만원(월 평균 25만원 기준)이 추가된다. 한 사립대의 대학생활연구소 연구자료에 따르면 용돈 등 당시 대학생 1인당 생활비가 4년 평균 960만원(월 평균 20만원)이었으므로 모두 합하면 지방 출신 91학번 학생이 졸업하는 데 드는 비용은 모두 3241만원.

반면 지방 출신 사립대 2001학번의 경우 2001년 490만원, 2002년 510만원, 2003년 545만원, 2004년 600만원(추정)으로 4년 동안 등록금만 평균 2145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하숙비가 월 평균 35만원가량임을 감안하면 주거비만 해도 4년 동안 최소 1680만원이다.

여기에 2003년 대학신문이 서울 지역 8개 대학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1인 평균 생활비와 영어학원 등 취업을 위한 교육투자비, 어학연수비를 추가할 경우 2001학번 학생이 졸업하기까지 필요한 총 비용은 대략 8430만원에 육박한다.

이는 10년 전 입학생인 91학번 졸업 비용의 2.6배에 해당한다. 1993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 46.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졸업이 끝이 아니다=올해 2월 서울 S대 국문과를 졸업한 김모씨(23·여)는 졸업 후에도 하숙비와 학원비 등 매달 95만원을 부모님께 지원받고 있다. 졸업하기 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취업준비생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구직활동에 나선 20대가 첫 취업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2개월. 김씨가 취업하는 데 1년이 걸린다면 그의 부모는 면접 준비를 위한 의복비 등을 제외하고도 앞으로 최소 1140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전문가 견해=연세대 사회학과 김현미(金賢美) 교수는 “한국에서는 대학 진학을 사회에서 자리 잡기 위한 통과의례로 보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자녀를 대학에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장덕진(張德鎭) 교수는 “대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아 사회가 기회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셈”이라며 “생산적인 일에 종사해야 할 인력들이 대학 졸업장을 따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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