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훈 경남대 교수(사회학)가 21일자 동아일보 월요포럼에 실린 류재갑 경기대 교수(국제정치학)의 글 ‘죽기 살기로 싸울 이유는 없다’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교수는 24일자 동아일보 오피니언면에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는 반론글을 기고, ‘시민단체로 위장한 친북 반미 좌파들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이용, 우매한 국민들을 조종해 촛불시위를 비롯한 탄핵 반대집회에 나서게 했다’는 류 교수의 주장을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류 교수가 자신의 글 제목과는 달리 오히려 ‘죽기 살기로 싸우기를 작정한 사람’ 같다고 포문을 열고 “노 대통령이 때로 국민에 직접 호소하는 정치를 한다고 해서 이를 포퓰리즘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류 교수의 포퓰리즘론은 야당에서 제기한 ‘탄핵정국 음모론’과 ‘시민사회 선동동원론’의 연장이자 그 종합 판”이라며 “그 바탕에는 국민을 얕잡아 보는 우민(愚民)론이 자리잡고 있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이교수는 “한국 정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견인하고 민주화를 추동한 주체는 오히려 언제나 시민이었다”며 “이번 탄핵정국을 몰고 온 야당 국회의원들이야말로 어리석음의 극치를 보여주었다”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70%의 국민이 탄핵에 반대하고 다수의 시민이 그 여론을 집회와 시위형태로 표출한 것은 제도권 정치의 횡포에 대한 시민사회의 자연스런 반응”이라고 진단하고 “시위에 참여한 시민을 홍위병이나 전위대로 몰고, 우리 사회를 포퓰리즘이 지배하는 사회로 보는 인식이 더 무섭고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문제가 된 류 교수의 글은 “탄핵정국을 계기로 한국사회에는 포퓰리즘이 광기라고 할 정도로 거세다”며 그러한 포퓰리즘의 진원지로 ‘시민단체로 위장한 친북 반미 좌파세력’을 지목했었다.
류 교수는 “이들 세력이 이 나라의 모든 가치와 법제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갈등과 해체를 충동하며 ‘내 편과 네 편’으로 편을 가르는 분열과 대립의 사회를 만들어 놓고 말았다”며“대통령 탄핵의 절차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진행되고 국정은 법과 제도에 의해 운영되므로 국민이 불안해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류 교수는 이 교수의 반론 소식을 접한 이날에도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24일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재반론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도 “노무현 정부의 포퓰리즘은 월요포럼에서 언급한 나치즘이나 무솔리니의 파시즘보다 훨씬 더 정도가 심하고 위험하다. 70%의 탄핵지지 세력은 소수의 좌파 지배자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류 교수는 노무현 지지세력 중 지도급은 친북좌파 내지는 자생적 좌파이고 800만명 이상의 지원세력은 신용불량자, 사회부적응자, 사회 불만자라는 주장을 서슴지 않았다.
류 교수가 공개적인 재반박을 하지 않아 두 사람간의 직접 논쟁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겠지만, 탄핵정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이처럼 확연하게 달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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