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유입 2000억원대 뭉칫돈 외부자금”

  • 입력 2004년 3월 25일 18시 41분


1995년 지방선거와 96년 총선에서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예산 940억원을 여당의 불법 선거자금으로 전용했다는 이른바 ‘안풍(安風) 사건’과 관련해 안기부 예산 잔액에 외부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주장이 25일 추가적으로 제기됐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강삼재(姜三載·당시 신한국당 사무총장) 한나라당 의원의 변호인단은 25일 “96년 1년 동안 안기부의 차명계좌에서 2000억원 규모의 뭉칫돈이 양도성예금증서(CD) 구입자금으로 인출됐다”며 자금의 출처와 사용처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단은 “무기명으로 발행돼 돈세탁에 주로 이용되는 CD를 국가기관이 구입할 이유가 없다”며 “안기부 예산이 아니라 정치자금 등 별도의 돈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이 분석한 96년 안기부 계좌 입출금 명세에 따르면 안기부는 96년 7월 5일 국민은행에서 221억원어치의 CD를 구입하는 등 1년 동안 CD 1986억원을 샀다. 이들 CD는 대부분 2개월 만기.

앞서 변호인단은 10일 안기부 잔액에 외부 자금이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을 담은 소견서를 이 사건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노영보·盧榮保)에 제출했다.

소견서에는 그 근거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취임 전 530억원이던 안기부 예산 잔액이 1년여 만에 3030억원으로 2500억원이 급증한 점 △안기부 차명계좌에 93년에만 126차례에 걸쳐 28억여원의 가계수표가 입금된 점 △거액의 안기부 예산이 입출금이 자유롭지 않은 신탁 형태로 운용된 점 등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최근 안기부가 93∼96년 한국투자증권과 현투증권 등 7개 금융기관에 개설해 관리한 8개 차명계좌의 7257개 입출금 명세를 통보받았으며, 이를 검찰 및 변호인단과 분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국정원측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견해를 밝히기가 어렵다”며 “재판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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