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학자금대출 ‘高利대출’…대학생 신용불량자로 내몬다

  • 입력 2004년 3월 25일 18시 41분


《카드빚으로 고생하던 서울 모 사립대 대학원생 허모씨(31)는 올해 2월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라는 인터넷 광고를 보고 대출중개업자를 통해 급전을 빌려 썼다. 학생증과 재학증명서 사본 등을 제출하고 월 이자 16만원에 500만원을 빌린 허씨는 카드빚은 겨우 갚을 수 있었지만 순식간에 불어난 연체이자 때문에 결국 졸업논문 작성을 포기하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해야 했다. 허씨의 경우 최근 대학가에서 학자금 대출로 둔갑한 대출중개업자들의 고리대금이 대학생들을 신용불량의 늪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사례의 하나다.》

▽등록금과 상관없는 학자금 대출=‘학자금 당일 대출’ ‘대학생이면 누구나 가능’ ‘신용카드 연체와 상관없이 무담보 대출’….

급전이 필요한 대학생들을 유혹하는 대출중개업체들의 홈페이지 문구다.

학자금 명목의 신용대출 이자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자율보다 조금 높은 연 24∼36%.

하지만 하루라도 이자를 연체하면 이자율이 최고 66%로 껑충 뛰기 때문에 정기적인 수입이 없는 학생들이 학자금 대출을 받은 뒤 순식간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다.

중개업자들은 학생 신분만 확인되면 보증이나 담보 없이 간단한 인적사항과 연락처만 받고 제2금융권의 저축은행 및 사채업자 등에게서 학생 명의로 최고 900만원까지 대출을 받아 주고 있다. 중개업자들이 학생들에게서 받는 수수료는 대출금의 5% 수준.

학생들도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으나 저축은행마다 대출기준이 다르고 절차도 복잡해 이들 중개업자를 찾는다는 것.

학생들은 이렇게 대출받은 돈을 대부분 카드빚을 갚거나 용돈과 유흥비 등 ‘소비형 지출’에 사용한다. 등록금 등 ‘진짜’ 학자금은 등록금 영수증을 제출하면 시중은행에서 연 4% 정도의 이자로 빌릴 수 있기 때문.

중개업체 관계자들도 “대출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학자금이라고 이름을 붙였을 뿐 대출 시기와 액수는 등록금 납부 등과 무관하다”고 털어놓았다.

중개업자를 통해 돈을 빌려주는 저축은행 담당자 역시 “학자금 대출은 대출중개업체들의 마케팅 방법일 뿐”이라며 “재학증명서 등을 받기는 하지만 이는 엄연히 소액신용대출로 분류되고 있고 학자금 여부는 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출중개업체들은 학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리는 학생이 전국적으로 한 달 평균 1000명을 웃돌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왜 대학생을 노리나=대출중개업체들이 대학생 대출을 선호하는 이유는 부모가 대신 갚아주는 경우가 많아 회수율이 높은 데다 무보증이어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

그러나 학생들은 최근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워지자 위험을 감수하면서 어쩔 수 없이 대출중개업체를 찾고 있다.

중개업체 관계자는 “대학생들은 신용상태가 건전하고 연체 경험도 적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쉽다”며 “특히 빚 독촉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학교로 찾아 가겠다’ ‘부모에게 알리겠다’는 독촉전화 한 통이면 이자 연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조하현(曺夏鉉) 교수는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기도 전에 신용불량의 늪에 빠져 취업마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학생들은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면서 “금융당국도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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