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부합숙소 화재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25일 오후 2시반 충남 천안시 성황동 천안초등학교 운동장.
라이트 풀백을 맡은 축구부원 홍영동군(12·6학년)은 친구들과 호흡을 맞추느라 여념이 없다. 화재 당시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지금도 통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이 그의 꿈이다.
꼭 1년 전 이날도 운동장에는 지금처럼 축구부원들의 함성이 높았지만 얼굴은 모두 바뀌었다. 홍군을 제외한 축구부원 26명은 모두 다른 학교 어린이축구교실 출신 전학생들이다.
당시의 축구부 학생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숨진 9명을 제외한 16명 가운데 3명은 브라질로 축구연수를 떠났고 나머지는 축구를 그만두거나 전학을 갔다.
운동장 한쪽에 조성된 추모동산에는 축구화 형상의 추모비가 세워졌다. 화재가 났던 합숙소 건물은 완전히 철거됐다.
축구부원들은 교육당국이 화재사건을 계기로 초등학교 운동부의 합숙을 금지함에 따라 월∼토요일 오후 2시반부터 3시간 동안만 훈련한다.
정선근 감독은 “취미삼아 축구하던 학생들이라 아직 기량이 부족하지만 모두 축구부 명성을 잇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며 “내달 14일 첫 출전하는 ‘동원배 충남예선’에서 실력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이들 축구부원은 25일 화재로 숨진 학생들이 안장된 천안공원묘원을 찾아 참배했다.
학교측은 26일 오전 10시 유족 등을 초청해 1주기 추모행사를 갖는다. 천안시교육청은 이 자리에서 그동안 각계에서 답지한 성금으로 유족에게 위로금을 주고, 그중 2000만원을 축구부 발전기금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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