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추천심사위원회=매년 60만여명의 수험생들이 응시하는 수능시험의 출제 관리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출제위원 선정이 개별 연고나 임의 추천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수험생 자녀를 둔 대학교수나 고교교사 5명이 출제위원으로 선정된 것은 규정여부를 떠나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측은 “이들 수험생의 시험성적까지 검토해봤지만 부모가 출제위원이라는 이유로 덕을 본 것은 없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검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는 남아있다.
또 대학 전임강사 이상의 자격조건을 무시하고 시간강사 등 12명이 출제위원에 선발된 것과 교사 경력 5년 이상의 자격요건에 미달되는 고교 교사들이 출제에 참여한 것도 허술한 출제관리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평가원의 수능시험연구관리본부는 1년 내내 이 업무에 매달리고 있는데도 평소에 인재풀을 만들지 않고 추천심사위도 열지 않은 채 3주라는 단기간에 출제위원을 선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선정방법도 주먹구구식=추천심사위가 가동되지 않은 탓에 출제위원 인력 풀을 제때 확보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추천자의 한정된 인맥이나 정보에 의존해 급하게 후보자를 찾는 바람에 출제위원 안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교수 출제위원 중 특정대학 출신이 10명 중 6명이나 됐을 정도로 특정 학맥에 의존했다.
감사원은 그러나 수험생 사이에서 논란을 빚은 학원 강사 출신 출제위원의 적격성 논란에 대해서는 뚜렷한 잘못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와 국무조정실로 관리 감독체계도 이원화=감사원이 평가원의 수능시험 연구본부장 등 8명을 징계토록 국무조정실에 요구한 반면 업무를 위탁한 교육부에는 별다른 책임을 묻지 않았다. 교육부도 관리감독 책임이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해마다 수능시험의 난이도가 들쑥날쑥하다는 비판여론 등을 감안해서 평가원에 수능 출제 및 관리를 전담토록 위탁했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평가원에 대한 사업계획과 예산 승인 등 포괄적인 지도 감독은 국무총리실 소속 인문사회연구회가 맡았고, 수능시험 등의 집행업무에 대한 지도 감독은 교육부가 나눠 맡는 등 감독체계도 이원화돼 있었다.
교육부 한석수 학사지원과장은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수능 출제관리 개선계획에 반영해 올 수능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원은 앞으로 수능시험 정답 시비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아들이기 위해 교육과정평가원에 이의신청 처리 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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