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광성중고등학교 설립자인 류충렬(柳忠烈·90)씨는 50년간 바른 교육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면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는 교육이념을 갖고 헌신해 오고 있다.
류씨가 교육계에 투신한 것은 인천경찰서장으로 재직했던 1955년 2월.
전쟁고아 등을 모아 배움에 대한 열망을 풀어주기 위해 ‘인천소년수양원’을 설립하면서다.
“구두닦이 껌팔이 신문팔이 등을 모아 공부를 가르쳐 주겠다고 했더니 120여명이 몰려들었어요.”
당시 이들의 교육은 류씨를 비롯해 뜻있는 경찰관, 현직교사 등이 무보수로 맡았다. 이 런 와중에 이보철 순경 등 경찰관 2명이 과로와 영양실조 등이 겹쳐 순직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그 뒤 1957년 류씨가 서울특별시경찰국 경무과장으로 발령이 났다.
배움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그가 서울로 떠난다는 소식에 이임식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서울로 떠나는 차를 가로막고 심지어 유임을 애원하며 혈서를 쓰는 학생까지 있었어요. 지금도 학생이 읽었던 송사를 떠올리면 가슴이 뭉클해져요.”
이후 후임 서장들이 차례대로 교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다 5·16쿠데타 이후 정부가 경찰이 교육을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학교를 정리할 것을 통보하자 류씨는 탄탄대로가 보장된 경찰직을 벗고 학교를 선택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더 값진 일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리고 1966년 11월 학교법인 광성학원을 설립해 교장으로 취임했다.
자신의 재산 등을 팔아 인센티브를 내걸고 우수한 교사를 영입했다. 이에 힘입어 광성고는 최근 많은 학생이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등 우수고로 부상하고 있다.
95년 그는 고향인 전북 김제의 유지들의 간곡한 부탁을 받고 80세의 나이에 벽성대학을 설립해 학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최고령학장을 지냈다.
류씨는 요즘 아흔 살이라는 고령에도 가족과 떨어져 생가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작년 8월 학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신입생을 모집하지 못하면 대학 문을 닫아야 하기 때문에 기업체 관공서를 찾아다니며 학생 모집에 대한 협조를 구하고 있기 때문.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8일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다.
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