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노조-민주노총 결국 제갈길로 가나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34분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업연맹이 현대중공업 노조를 제명키로 한 데 대해 현대중공업 노조도 30일 강력 대응 방침을 정해 노동계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마찰은 민주노총이 온건노선을 표방해온 단위 노조를 제명하려는 강공책을 폈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강온파 대립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조합원 1만8000여명의 현대중공업 노조는 1987년 7월 ‘노동자 대투쟁’을 시작으로 90년대 중반까지 강경 노동운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1995년부터 온건 실리 위주 노선으로 전환해 지난해까지 9년 연속 무분규를 기록했다. 민주노총의 투쟁 지침에도 따르지 않아 마찰이 잦았다. 지난달 14일 발생한 현대중공업 사내 협력업체 전 근로자 박일수씨(50) 분신자살 사건을 계기로 양측의 갈등이 고조됐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분신사건 이후 즉각 ‘분신대책위’를 구성해 박씨가 유서에서 밝혔던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이슈화하려 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는 “대책위가 분신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자사 노조 중심의 대책위 구성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측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며 16일 제명 촉구 공문을 금속연맹에 보냈다. 이에 금속연맹은 26일 중앙위원회에서 현대중공업 노조 제명을 결의했으며 8월로 예정된 대의원대회에서 제명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30일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이 제명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노동단체와의 관계를 재검토하고 독자적으로 노동운동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양측 모두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노조가 민주노총을 이탈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데 양측 지도부가 공감하고 있어 극적 타협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로서는 민주노총 이탈이 ‘반노동자적인 행태’라는 노동계의 비난을 받을 것이고, 민주노총으로서는 한때 ‘노동운동의 대명사’로 불린 국내 최대 규모의 노조를 잃는 아픔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또 현재 현대중공업 노조가 납부를 거부하고 있는 연간 5억8000만원(전체의 약 9%)의 분담금도 민주노총으로서는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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