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개통]고속철 1호열차 기관사 황재경씨 인터뷰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49분


내달 1일 개통하는 고속철도(KTX) 1호 열차의 기관사 황재경씨. 70만km 무사고 운행 기록을 가진 황씨는 개통일 오전 5시반 역사적인 서울발 부산행 KTX의 운행을 맡는다.   -나성엽기자
내달 1일 개통하는 고속철도(KTX) 1호 열차의 기관사 황재경씨. 70만km 무사고 운행 기록을 가진 황씨는 개통일 오전 5시반 역사적인 서울발 부산행 KTX의 운행을 맡는다. -나성엽기자
내달 1일 개통하는 고속철도(KTX) 1호열차 기관사 황재경(黃在暻·42)씨.

이날 오전 5시반 서울발 부산행 KTX 첫차를 운전하는 그는 “KTX는 잘 길들여진 맹수와 같았다”고 KTX와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새 기종을 몰아보고 싶은 것은 모든 카레이서 파일럿 기관사의 꿈. 2001년 7월 KTX 기관사 공모에 응시해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그는 3주간의 이론교육과 6주간의 시뮬레이터 교육 등을 마치고 2002년 11월 처음으로 KTX의 조종석에 앉았다.

시속 150km의 새마을호를 8년여간 몰아온 그였지만 시속 300km는 ‘장난’이 아니었다.

“150km의 두 배려니 했는데 체감 속도는 그 이상이었습니다.”

워낙 속도가 빨라 눈앞 차창으로 보이는 것은 뿌옇게 흩어진 잔상뿐. 시시각각 컴퓨터가 보내오는 신호를 받아 열차를 제어하느라 처음에는 흐르는 식은땀을 닦아낼 여유도 없었다. 화장실에 가지 않기 위해 목이 말라도 물을 마시지 않았다.

“이제는 KTX와 친해졌다”는 황씨는 “모든 동작이 몸에 익어 컴퓨터가 지시하기 전에 KTX가 뭘 원하는지 알게 됐다”고 말한다. KTX 1호 기관사로 철도 역사에 이름이 남게 된 그는 “기쁨보다는 책임감이 더 크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기관사가 열차를 운전하는 목적은 새 열차에 대한 호기심이나 빠른 속도, 1호 기관사라는 영광도 아닌 바로 안전”이라는 그는 “과거 안전운전 경력은 모두 잊고 처음부터 기록을 쌓아가는 심정으로 KTX를 몰겠다”고 말했다. 그는 70만km 무사고 운행 기록을 갖고 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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