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개통]서울~부산 왕복 ‘고속철의 여유’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49분


《4월 3일 토요일 오전 9시 회사원 김동행씨(가상 인물·43·서울 강남구 개포동)는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다. 김씨는 부인과 함께 이날 오후 5시 부산 목화예식장에서 열리는 조카의 결혼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틀 전 개통된 고속철도(KTX), 여객기, 고속버스, 자가용 가운데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지 망설였다.

4월 1일 고속철도 시대가 열리면 김씨와 같이 어떤 교통수단을 고를지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김씨가 집에서 부산의 예식장까지 오가는 시간과 비용, 장점 등을 교통수단별로 시뮬레이션했다.

어느 교통수단을 이용하느냐는 거주지, 비용, 시간, 효용성 등을 모두 따져 결정할 문제다. 1일부터 운행될 고속철도 정차역은 전국적으로 19개에 불과하다. 목적지가 고속철도 정차역 사이 중간쯤이라면 교통수단별 소요 시간과 비용도 크게 달라진다. 1일부터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다.》

○ KTX

김씨는 오전 9시반경 집 앞의 국철 분당선 대모산입구역 부근에서 택시를 타고 서울역에 40분 만에 도착했다. 택시요금은 1만1700원. 김씨는 18만원을 내고 부산행 KTX 일반석 왕복표 2장을 샀다.

김씨가 탄 부산행 KTX는 오전 10시반 서울역 플랫폼을 미끄러지듯 빠져나가 광명역을 지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 이 열차는 시속 300km입니다”라는 기관사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출발 2시간48분 뒤인 오후 1시18분 부산역에 도착했다.

김씨 부부는 부둣가 횟집에서 식사를 한 뒤 자갈치시장을 둘러보고 오후 4시경 목화예식장에 도착해 친척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오후 6시 예식장을 나서 택시를 타고 35분 뒤 부산역에 도착했다. 이들은 오후 7시 KTX에 몸을 싣고 오후 9시52분 서울역에 도착해 다시 택시를 타고 오후 10시20분경 집에 도착했다.

△순수 이동시간(택시+고속철)=약 8시간 △지출=약 20만5000원(편도 고속철 요금 4만5000원×4+택시요금) △효용성=자갈치시장에서 모처럼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보냄

○ 비행기

김씨는 전화(1588-2001)로 왕복 비행기표를 산 뒤 오후 1시경 집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오후 2시반경 김포공항에 도착해 2시55분경 비행기에 올랐다. 항공사측이 탑승 수속시간을 대폭 줄여 공항 로비에서 비행기를 타는 데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비행기는 오후 3시 김포를 이륙해 55분 뒤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김씨는 택시를 타고 오후 4시40분경 목화예식장에 도착했다.

결혼식에 참석한 뒤 김씨는 오후 6시경 택시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가 오후 7시10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탔다.

김포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집에 도착한 것은 오후 9시10분경. 밤이어서 집에서 공항에 갈 때처럼 길이 막히진 않았다.

△순수 이동시간(택시+비행기)=약 5시간45분 △지출=약 31만원(편도 비행기표 6만5500원×4+택시비) △효용성=오전의 여유와 이른 귀가

○고속버스

김씨는 저렴한 고속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서울에서 예식장까지 6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오전 11시에 출발하는 우등고속버스표 2장을 인터넷(www.kobus.co.kr)으로 예약했다.

오전 10시20분경 집을 나와 지하철편으로 3호선 고속터미널역에 10시50분에 도착한 김씨는 곧바로 버스에 몸을 실었다.

고속버스는 전용차로를 이용해 정상 속도로 달려 오후 4시20분 부산 금정구 노포동 터미널에 도착했다. 예식장 부근 연산동역까지 지하철을 이용했다. 오후 4시45분경 예식장에 도착해 결혼식에 참석한 뒤 김씨 부부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터미널에 도착해 오후 6시20분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다. 이들은 오후 11시반 마지막 전철을 타고 다음날 0시10분경 집에 도착했다.

△순수 이동시간(지하철+고속버스)=약 12시간40분 △지출=12만800원(편도 고속버스표 2만7500원×4+지하철 요금) △효용성=여행하는 멋, 상대적으로 적은 지출

○자가용

김씨 부부는 주말에 비교적 소통이 원활한 경부고속도로∼남이분기점∼중부고속도로∼진주분기점∼남해고속도로∼부산 코스를 택했다. 오전 9시45분경 2000cc급 승용차를 몰고 집을 나서 양재IC를 통해 오전 10시5분경 경부고속도로에 들어섰다.

중부고속도로 덕유산IC 부근 휴게소에 낮 12시20분경 도착해 30분간 점심식사를 했다. 남해고속도로 문산∼진성 7km 구간, 함안∼동김해 53km 구간에서 시속 60km 정도로 지체한 것만 빼면 무난한 주행이었다. 오후 3시55분 부산톨게이트에 도착한 김씨는 ‘다 왔다’고 생각했으나 부산시내 지하철 3호선 공사구간을 지나느라 오후 4시40분경 예식장에 도착했다.

예식이 끝난 뒤 피곤함을 참지 못해 친척집에서 잠시 눈을 붙인 뒤 저녁식사를 하고 오후 9시경 귀갓길에 올랐다. 다음달 오전 2시15분경 집에 도착한 김씨는 곧바로 잠을 청했다.

△순수 이동시간=약 13시간 △지출=약 16만원(연료비+고속도로 통행료) △효용성=출발시간 및 부산 체류시간 등 시간을 자의로 운용할 수 있다는 점

이 중 어느 교통수단을 이용하느냐는 거주지 비용 시간 효용성 등을 모두 따져 결정할 문제다. 1일부터 운행될 고속철도 정차역은 전국적으로 19개에 불과하다. 목적지가 고속철도 정차역 사이 중간쯤이라면 교통수단별 소요 시간과 비용도 크게 달라진다. 1일부터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다.

(도움말 및 시뮬레이션=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내비게이션 기업 카나스, 현대자동차, 철도청, 대한항공)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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