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울산시가 수영장을 짓는 까닭

  • 입력 2004년 3월 30일 19시 17분


2001년 4월 개장 당시 ‘세계 축구계의 보석’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을 품고 있는 문수체육공원(남구 옥동)의 주차장이 요즘 중장비로 파헤쳐지고 있다.

내년 10월 울산에서 열릴 전국체전을 위해 울산시가 253억원을 들여 내년 8월 완공 예정으로 이달 초부터 수영장을 짓고 있는 것.

이 주차장을 포함한 공원 일대 주차장(총 2825대 주차)은 개장 이후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돼 왔다.

시민들이 이 공원을 ‘울산12경’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곳(지난해 6월 울산시 설문조사)으로 꼽은 데는 멋진 조경을 갖춘 휴식공간과 함께 넓은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한 것도 큰 몫을 차지했다.

등산이나 골프, 낚시를 위해 교외로 빠져 나가는 시민들은 이곳에서 만나 출발하는 등 ‘만남의 장’ 역할도 톡톡히 해 왔다.

주차장 한 구역(636대 주차)은 차량 출입을 통제하고 인라인 스케이트장으로 활용하는 여유도 있었다.

이런 문수체육공원이 지금 시의 단견(短見)으로 인해 시민들의 사랑으로부터 멀어질 처지에 놓였다.

시는 수영장을 지으면서 부족해진 주차장을 확보하기 위해 인라인 스케이트장을 주차장으로 환원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주차 공간 때문에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게다가 수영장이 건립되고 있는 곳에서 직선거리로 1km도 안 떨어진 울산대에는 학교 측이 지난해 8월부터 170억원을 들여 국제수영연맹(FINA) 공인 규격의 수영장을 내년 2월 완공할 예정으로 짓고 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울산대와 공동 건립 방안만 찾았더라도 예산절감은 물론 공원 주차장과 인라인 스케이트장을 없애지 않고도 얼마든지 전국체전에 대비한 수영장을 갖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시는 “공원 조성 계획 당시 주차장 부지에 수영장을 건립하기로 돼 있었다”고 해명하지만 시민 대다수가 불편을 느끼고 반대한다면 당초의 계획은 변경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시가 ‘시민에게 감동을 주는 행정’을 내세우려면 말로만 할 게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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